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지방자치단체] 이임사 (염홍철:대전광역시장) |  | |
| ˝여러분들이 다 짐작하고 계시겠습니다만, 저는 오는 6월 27일 지방자치 4대 선거에 대전시장을 출마하기 위해서 어제 내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늘 이임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출마와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아서 나중에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다만 제가 2년 동안 추진하던 모든 일들에 대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 시장으로서 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뜻에서 출마 결심을 한 것이고, 또 2년 간의 재임기간에 제가 한 일에 대해서 시민의 평가를 받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동안에 2년 이상 여러분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저의 소임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다행스러운 것은 2년여 재임동안 대전에서는 한 건의 대형 사건·사고가 없었는데, 이는 하늘의 뜻이기도 하지만 우리 시민들과 관련 공무원들이 철저하게 예방활동을 한 결과라고 생각되어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먼저 개인적인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제 고향은 논산입니다. 제가 자랄 때 논산군에는 논산읍과 강경읍이라는 두 개의 읍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란 곳은 논산과 강경 사이에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채운면이었습니다.
채운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강경에 있는 중학교(강경중학교)에 진학했는데, 그때 강경은 읍내로서 저에게는 선망의 도시였습니다. 제가 자란 채운은 면세가 약해 강경중학교에는 초등학교 동창이 한 반에 겨우 한두 명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소수파 학생이었습니다. 그것은 읍내 학생들이 한 학급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변두리 면에서 한 두 명씩 모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전공업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는데 거기서도 저의 중학 동창은 전교에서 한두 명이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대전 소재 중학교 출신의 학생들이 반 이상이고 저의 중학교 동기동창은 전교에서 두세 명에 불과했습니다. 또 소수파 학생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했는데 공업학교를 졸업하고 인문대학에 진학을 했기 때문에 또 입학생 천여 명 중에서 저의 동창은 한두 명에 불과했습니다. 저 말고 한 명이 더 진학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또 소수파 학생이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대학에 몸을 담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소수파 교수였습니다. 저와 지연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또 소수파였습니다.
18년 간 교수로 지내다 청와대 비서관이 되었는데, 아시다시피 청와대 비서관은 일반직 공무원과 별정직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별정직 공무원들은 대개 언론기관과 군인 출신이었고 교수 출신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비서관 중에서 저와 출신학교(초·중·고·대학)가 겹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또 소수파 비서관이었습니다.
그리고 5년 간의 비서관직을 마치고 대전시장이 되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제가 교수와 5년의 별정직 공무원 경력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와 같은 경력을 가진 시 도지사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6천여 대전시 공무원 중에서 제가 아는 사람은 고등학교 동기동창 서너 명과 그 외 딱 두 명밖에 없었습니다. 또 소수파 지방공무원이 되었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회고해 보니 저는 항상 소수파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이번에 공직을 그만두고 제가 새로운 출발을 하는데 또 소수파 인생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소수파 인생´ 이라는 것은 소외 개념과는 다르겠지만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없는 외로운 인생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그러한 인생인 것입니다.
2년 재임동안 저는 세 가지 일을 크게 보람있는 일로 기억을 합니다.
첫 번째는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엑스포 과학공원을 대전의 영구적인 시설로 두어서 경제적인 효과를 거둔다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의미는 따로 있습니다. 엑스포 개최 전까지만 해도 우리 대전 시민들은 대전에 대해서 자조적인 반응을 보았습니다. ˝우리 대전은 주인이 없다˝, ˝정신적 구심점이 없다˝, ˝대전 발전은 부정적이다˝, ˝교통의 요지이기는 하지만 그저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도시다˝ 라는 등 삭막하고 불안전한 도시로 인식하였습니다. 그러나 엑스포를 치르면서, 또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시민들은 대전 발전에 큰 기대를 갖고 어느 정도 자신을 얻었습니다. 또 엑스포와 관련해서 도시 기반시설이 확대되었기 때문에 도시발전의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시민의식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대전 발전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대전이 우리나라의 중심도시가 될 것이라고 믿게 된 것은 과거의 자조적인 반응과는 달리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엑스포 기간 중에 둔산에서 마침 정부 제 3청사를 기공했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대전을 ´제 2행정수도´ 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은 엑스포 개최와 정부 제 3청사 기공을 연결시켜서 대전이 우리나라 ´제 2도시´, ´제 2수도´가 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갖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1997년 정부 제 3청사가 완공되면 공무원들만도 11개 부처 6천 명 이상이 대전에서 근무하게 되고, 3청사를 따라 내려오는 기관·단체만도 수천 개에 이를 것입니다. 하루 민원인 만도 수 천명이 대전을 찾아오기 때문에 대전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전국체전을 대전에서 개최했는데, 전국체전은 매년 많은 도시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만, 대전 전국체전의 의미는 역대 체전과 달랐습니다. 선생과 학생 위주의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참여한 체전이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큰 세 가지 일이 저의 재임 기간에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 보람 있게 생각을 하고 또 많은 사람들로부터 운이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운도 좋고 보람도 있는 재임 기간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이건 여담이 되겠습니다만, 전국체전 직전까지 그 날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일에는 날씨가 아주 맑았습니다. 그리고 횃불 연출을 한 폐회식이 끝나고 두세 시간 후에 소나기가 퍼부었습니다. 그 비가 두세 시간 전에 왔더라면 폐회식은 엉망이 되었을 것입니다. 역시 대전은 운이 좋은 도시임에 틀림없습니다.
저의 재임 기간에 대형 사건·사고가 하나도 없었고, 대전 발전에 획기적인 일들이 있었다는 것은 정말 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여러분께 한두 가지만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밖에서 보던 것보다는 이 안에 와서 시장으로서 2년 간 경험을 해보니 공무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희생적으로 공직에 봉사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저는 인사문제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라고 봅니다. 물론 누구든지 승진하고 싶고, 좋은 자리에 가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결정됐을 때 수용할 줄도 아는 자세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수없이 이 인사와 관련해서는 외부 청탁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공언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의회에서 ˝외부 청탁을 받은 인사를 한 건이라도 발견하시면 저를 형사고발 하십시오.˝ 라고까지 말했겠습니까? 그것은 제 자신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고 제 의지를 믿어달라는 부탁이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대전시 전 공무원들에게 시장 서신을 띄웠습니다. 거기에는 완곡하게 표현을 했습니다만, 인사 청탁을 절대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 때가 되면 여러 군데에서 부탁이 들어옵니다. 그것은 인사문제에 대해서 너무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인사권자. 인사담당 실무자. 인사관련 위원회를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책임이 꼭 당사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불신을 받을 만큼 인사가 잘못 운영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인사문제에 대해서 집착을 하는 것이 과연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자세인가 하는 반성을 해봐야 되겠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서도 ˝당신이 시장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당사자가 되어봐라, 그러면 인사문제에 대해서 대담하고 초연할 수 있겠느냐?˝ 하는 반문을 수없이 해보면서 여러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공직생활을 하다보면 어떤 때는 조금 보직에 소외도 되다가, 어떤 때는 잘 되기도 하다가, 또 승진이 운 좋게 빨리도 되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뒤지기도 하다가,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너무 한 건 한 건에 집착을 하면 결국은 되지도 않고 정신건강상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시민들이 공무원들을 너무 불신합니다. 오늘도 조금 전에 시청 앞에 어디서 주민들이 몰려와 데모를 했습니다. 아직 데모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면담을 해보면 틀림없이 공무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불신만 없으면 민원이 상당부분 해결이 됩니다.
우리 공무원이 아직도 불신을 받고 있고, 특히 작년(1994년)에 있었던 인천, 부천 세금비리 때문에 더 심화되었습니다. 우리 대전시 공무원들은 억울한 점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왜 불신을 받는가 그 원인을 찾아서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지 않는 행정을 하면 지방행정은 성공하리라 생각됩니다.
시민들로부터 받은 불신의 원인을 말씀드리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만,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에 대한 철저한 봉사행정, 투명한 공개행정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시민을 주인으로 설정하고 우리는 그들의 종업원이라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번에 시도지사 선거가 있는데 시장선거란 ´대저주식회사´의 고용사장을 주주인 시민이 선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니까 주주 마음대로 입니다. 뽑아놓고 경영을 잘못하면 중간에서 퇴진시킬 수도 있고, 한 번만 시키고 물러나게 할 수도 있으며, 잘하면 여러 번 시킬 수도 있는 등 주주 마음대로 입니다. 그러니까 주주가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권을 가진 주주가 임명한 종업원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되는가는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이임인사를 너무 무겁게 드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대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저와 여러분은 그 동안 시장과 국장, 시장과 과장, 또는 시장과 계장의 관계였습니다만, 이 시간 이후 저는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여러분과 저는 시민과 대전시 공무원의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대전시 공무원은 저보다 높은 사람도 없고 저보다 낮은 사람도 없으며 제가 시민으로서 공무원인 여러분들을 잘모시겠습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