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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네 야채가게를 읽고
총각네 야채가게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기막힌 작명이라고 생각했다. 왜? ‘총각’과 ‘야채가게’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한 번 들어서 잊히지 않는 이름이야말로 최고의 가게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쉬운 내용이고, 재미있는 일화들이기 때문에 읽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한두 시간쯤만 들이면 너끈히 독파할 수 있는 분량이고,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가게의 사장, 이영석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 남이 잘 되는 것을 도와주는데 망설임이 없다. 이쯤되면 소설 <상도>의 주인공 거상 임상옥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일과 사랑했던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일을 택했던 일이었다. 돈도 많이 벌었겠다, 일도 힘들겠다, 사랑하는 여자도 원하지 않고 그녀의 집에서도 원하지 않는다. 쉬운 말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좋은 자산관리 회사에 돈을 넣어두었더라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즐겁고 안락한 하루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테다.

하지만 그는 아프지만 그 여자를 떠나보내고 결국 야채가게로 돌아왔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도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사랑은 여자를 위한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사랑은 나를 향한 사랑도 있고, 내 일을 향한 사랑도, 그리고 내 삶을 위한 사랑도 있는 것일테니까.

누구나 성공을 꿈꾸지만 그만큼 땀 흘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아무도 죽음에 대해 준비하지 않는 것처럼. <총각네 야채가게>는 그 사실을 유머로 따끔하게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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