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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蓮)잎 앞에서 -오탁번-
연잎에 내리는 여름 한낮 빗방울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그리움 따라
연잎마다 크낙한 손바닥 하나씩 펴고
호수 위에 떠다니는 내 마음 손짓하네

물결 따라 일렁이는 푸른 연잎을 보면
내 눈빛 잠자리 겹눈처럼 밝아지지만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그때 그 입술은
예쁜 연꽃 봉오리로 아직도 숨어 있네

이른 아침 연잎에 내리는 이슬방울인 듯
마주보며 피워올린 첫사랑의 꽃봉오리!
아무도 모르는 물밑 아득한 깊이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랑으로 피어나는 연꽃!

연잎에 내리는 저녁나절 빗방울인 듯
아직도 눈에 밟히는 그리운 얼굴아
잔잔한 호수 물결 지는 듯 다시 일 때
서늘한 연잎 위에서 푸른 눈썹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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