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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病院)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
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金盞花) 한 포
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윤동주-

■ 윤동주(尹東柱)

1917년 북간도 명동촌(明東村) 출생
1925년 명동 소학교 입학
1929년 송몽규 등과 문예지 {새 명동} 발간
1932년 용정(龍井)의 은진 중학교 입학
1935년 평양 숭실 중학교로 전학
1936년 숭실 중학 폐교 후 용정 광명 학원 중학부 4학년에 전입
1938년 연희 전문학교 문과 입학
1939년 산문 <달을 쏘다>를 {조선일보}에
동요<산울림>을 {소년}지에 각각 발표
1942년 릿쿄(立敎) 대학 영문과 입학, 가을에 도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로 전학
1943년 송몽규(宋夢奎)와 함께 독립 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
1945년 2월 16일 큐슈(九州)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옥사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유고 시집,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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