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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 빈병
빈병


그 무엇에라도 절실할 수 있다면 좋겠다.

단 한 번만이라도

모든 것 다 바쳐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비 그친 뒤 쏟아내는 나무 향기에 숨막혀

질식해 죽을 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꽃 보기 위해 왔다 가는 가을 햇볕처럼

파리하고 텅 비어 있는 세월

시드는 것들이 싫어

화병에 아무 것도 꽂지 않는다.


- 김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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