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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밤 - 김재진
편지를 쓴다.
모처럼 하얀 종이 위에 써보는 편지.
사각거리며 걸어가는 연필심 따라
어디선가 환하게 눈 내린다.
미끄러지는 사람 있는지
까르르 입을 막는 여자의 웃음소리 들린다.
검은 세상의 하얀 약속들.
누가 누구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시간에 몸을 담그는 거라
너는 가르쳐주었다.
어느새 눈 그치고
사각거리던 편지도 마침표테 닿는다.
지치도록 걸어가도 집이 보이지 않던
젊은 날의 시간
아무도 몸 담그지 않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편지의 말미에 얼른
여전히 사랑을 믿지 않는다 추신한다.


김재진, 누구나 혼지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들녘(서울:2001), p.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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