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달의 몰락
달의 몰락

지은이 : 유 하

나는 명절이 싫다
한가위라는 이름아래 집안 어른들이 모이고
자연스레 김씨 집안의 종손인 나에게 눈길이 모여지면
이제 한 가정을 이뤄 자식 낳고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네가 지금 사는 게 정말 사는 거냐고
너처럼 살다가는 폐인 될 수도 있다고
모두들 한마디씩 거든다
난 정상인들 틈에서
순식간에 비정상인으로 전락한다
아니 그 전락을 홀로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물론 난 충분히 외롭다
하지만 난 편입의 안락과 즐거움 대신
일탈의 고독을 택했다.
난 집 밖으로 나간다.
난 집이라는 굴레가, 모든 예절의 진지함이
그들이 원하는 사람 노릇이, 버겁다
난 그런 나의 쓸모없음을 사랑한다.
그 쓸모 없음에 대한 사랑이 나를 시 쓰게 한다
그러므로 난,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호의보다는
날 전혀 읽어내지 못하는 냉냉한 매혹에 운명을 걸었다.
나를 악착같이 포용해 내려는 집 밖에는 보름달이 떠 있다.
온 우주의 문밖에서 난 유일하게 달과 마주한다.
유목민인 달의 얼굴에 난 내 운명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만
달은 그저 냉랭한 매혹만을 보여줄 뿐이다.
난 일탈의 고독으로,달의 표정을 읽어내려 애쓴다.
그렇게 내 인생의 대부분을 달을 노래하는 데 바쳐질 것이다.

달이 몰락한다. 난 이미 달이 몰락하는 그곳에서
둥근 달을 바라본 자이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