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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속으로 보낸 편지

안개비속으로 보낸 편지

---최 옥---



오늘 이 곳에는
안개비가 내립니다
내가 당신을 적시던 때처럼
당신이 나를 적시던 때처럼
그 아름다운 혼돈 속으로
겁없이 걸어가던 때처럼

지금 나는 안개비를 맞으며
걷고 있습니다 이 거리에 당신을
부르고 싶지만 부를 수가 없네요

당신의 말들이
나를 물들이던 때처럼
노란 은행잎들은 떨어져
내 발걸음을 물들이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노란 우산이
당신이 보고싶은
내 마음을 물들이네요

당신은 늘 내 곁에 있지만
가버린 사람의 뒷모습처럼
갑자기 텅 비어버린 이 거리에서
나도 덩달아 텅 비어
내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당신마저 가 버린건 아닐까
놀라서 주위를 둘러 봅니다
삼켜버린 말들이 곧
울음이 될 것 같은 이 거리에

아직도 안개비가 내려요
밤이 되어도 오랫동안
소리없이 내릴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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