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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 성 미 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

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

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

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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