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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던져 주시고,

들판녁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남은 열매가 무르익도록 하명하여 주시고,

남국의 날씨를 이틀만 더 베풀어 주소서..

무르익으라 이들을 재촉하여 주시고

마지막 남은 단 맛이

포도주에 듬뿍 괴게 하소서..


이제 집이 없는 사람을 다시는 집을 짖지 않습니다.

이제 고독한 사람은 오래오래 고독을 누릴 것입니다.

밤을 밝혀 책을 읽으며 긴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불안에 잠기면 가로수 길을 마냥 헤메일 것입니다.

잎이 휘날리는 날에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가 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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