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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없기에 더 이상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 정구양 -



사방이 온통 나무일 때

나는 내가 나무인 줄 알았다.

빈 벌판에 비만 내리고 있을 때

나는 내가 비인 줄로만 알았다.

흰 새가 나를 물고 날아 올랐을 때

나는 새가 된 줄 알았다.

지금 나는 없다.

어느날 그대 다가와

내 안에 강을 만들고,

산을 만들고,

나를 만들더니

어디론가 가 버린 지금.

그대 가던 날 그대처럼

나도 떠났나 보다

그대 없기에 더 이상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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