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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뒤틀린 소나무 꺽인 허리가 보였다 끊어진 동맥은 온기로 펄떡이고 저문 호흡에 온몸이 끈적거렸다 매운 땡볕 아래 지쳐 드러누워도 좋을 그늘은 단 한 번 쓰러진 위엄이었다 톱날의 날카로운 습성에 감전된 목숨은 홀로 절뚝거리고 널브러진 밑동이 햇살 저으며 마지막 절망을 밀어내고 있었다 실뿌리의 경련은 단단한 나이테로 속을 헤아렸다 하늘을 처음 마주하던 날 쏠림없는 가지를 나란히 펴고 우듬지 한 길 키를 올리려 했다 먼 하늘 촘촘히 박힌 별을 훔치고 지상의 키만큼 몰래 내린 검질긴 뿌리 얼떨결 한 세상 무너질 때 소스라치는 소리는 처음부터 없었다 기억을 걸러낸 수액으로 잘린 몸은 스스로 염을 하고 늘 젖은 흙이 될 뿐이다 돌개바람이 또 불어와 동강난 조각들은 땅 속 깊은 물길로 흐를 것이다 실어증에 끙끙대는 소나무는 목숨보다 질긴 내 주검을 끌어안는다
박정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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