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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씻이´인가 ´책씨새´인가
세월이 바뀌면서 예전에 흔히 볼 수 있던 일들이 하나 둘 자꾸 사라지고 있습니다. 책씻이도 아마 그런 것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책씻이´란 글방에서 학동이 책 한 권을 다 읽어서 떼거나, 베껴 쓰는 일이 끝난 때에, 선생과 동료들에게 한턱 내는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책거리´라고도 하는데, 책씻이, 책거리 둘 다 복수표준어로 인정된 말입니다. 한자로는 冊禮라고 합니다. 옛날 글방에서는 학동에 따라 수학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수시로 이와 같은 책씻이가 있게 마련입니다만, 오늘날의 학교생활에서는 과목에 따라 집단적으로 더러 책씻이를 하는 경우가 있을 뿐입니다. 학기말 전후해서 학급단위나 수강생 일부가 이런 행사를 해서 옛 정취를 풍겨주는 게 그런 예라 하겠습니다. 전통적인 책씻이는 요즘 서예학원에서 제일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가 합니다. 법첩 한 권을 떼면 대개 이런 책씻이를 하여 선생과 동료와 더불어 자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책씻이는 그 조어법이 호미씻이와 같습니다. 농가에서 논매기의 만물을 끝낸 음력 칠월쯤에 호미를 씻어 걸고 잠시 쉬며 노는 일을 호미씻이 또는 세서연(洗鋤宴)이라 하는데, 책씻이도 그처럼 책에 쓰인 글자를 모두 머리 속에 집어넣고 책은 높이 걸어둔다는 뜻에서 책씻이, 책거리라 하는 것입니다. 건다는 것은 끝낸다는 뜻으로서 전쟁이 끝난 것을 ´활을 높이 걸다.´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책씻이를 책씨새, 호미씻이를 호미씨새라하기도 하고, 책거리를 책걸이라 하는 일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표준어나 맞춤법에 맞지 않는 것이니까 유의하여야 하겠습니다.
* 대화(부부간) *
(남) : ˝웬일로 현주가 부엌에서 저렇게 바쁘게 돌아가오?˝
(여) : ˝내일 구성궁예천명(九成宮醴泉銘)을 뗀 책씻이를 한다고 음식을 장만하느라 그러지요.˝
(남) : ˝책씻이야 떡을 하고 약주나 한 병 받아가면 되는 거 아니오.˝
(여) : ˝떡은 떡집에 맞추었고요, 안주감으로 몇 가지 만든다고 저러는 거예요.˝
(남) : ˝책거리도 좋지만, 이왕 九成宮을 뗐다면 임서(臨書)라도 그럴 듯하게 하나 써다 걸 것이지.˝
(여) : ˝그러잖아도 곧 전시회를 하게 되니까 집에 걸 작품은 몇 점 있을 거라던데요.˝
* 여러분 잠깐만! *
´활과 화살을 높이 들다.´와 ´활고 화살을 높이 걸다.´의 사이에는 뜻의 차이가 있습니다.
´활과 화살을 높이 들다.´는 揚弓擧失로서 승전을 뜻하는 것이고, ´활과 화살을 높이 걸다.´는 책거리, 호미씻이가 일이 끝났음을 나타내는 것처럼 전쟁이 끝났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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