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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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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워버렸다고 느끼던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  | |
| #1
우리들의 욕실에선 더 이상
라임향 에프터쉐이브 냄새가 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예전의 반밖에는 닳지 않는
비누와 샴푸
한 장의 타월과 한 벌의 목욕가운.
하루하루 눈에 띄게 자라고 있는 그가 사놓고 가 버린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이대로 있다가는 라임향이 사라져 버린
예전에는 욕실이었던 밀림만이 남아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나야...
육개월 만인가...
부탁이 있다. 너만이 들어 줄 수 있는 부탁이야.
해 줄거지...?
... 받지 말아야 했었다.
#2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을까...?
내가 죽으면 누군가 울어줄까...?
이건 메론맛 눈...
입에서 살살 녹는군.
이건 스테이크맛. 웰던으로...
그리고 이건...
야...
삭스핀
지금... 뭐하는 거냐?
... 그래...
이녀석이 있었지...
... 울어줄 사람...
나 왠지 벌써 배부른 것 같아...
#3
... 정말로 이상한 건...
... 왜
어째서 한번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돌아오는 생일마다 언제나 몸에 꼭 맞는 수트와 구두들
늘 가지고 싶다고 느꼈던 운동기구나 책, 음반들...
늘 등뒤를 좇던 따뜻한 시선...
나를 바라보던 안타까운 웃음...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잔인하게도... 억지스런 무관심으로 아버지를 괴롭히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제와서야... 나란 놈은...
이렇게 후회하는 거다
이렇게 사랑했는데... 마틴
나... 겨우... 오늘에서야
열다섯 그날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난 느낌이 든다.
#4
다 태워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일 년이 지난 지금..
구석을 뒹굴던 필름 한 통에서 그의 사진이 나왔다.
이 년 전... 그와 난...
어쩐지 조금은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은...
헤어지고 난 후 사진을 태운다.
... 사진에 담겨있는 기억을 태운다.
사진은 재와 함께 사그러 들지만
기억은... 쉽사리 태워지지 않는다.
함부로 라디오도 틀지 말아야 한다.
구석을 뒹굴던 도저히 모르겠는
필름따위는 현상하지 말아야 한다.
...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미치도록 슬픈 감정만이
슬픔의 다는 아니다.
태워버렸다고 느끼던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 박희정의 ´Matin & John´ 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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