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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아직...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  | |
| 채옥E: ... 나으리를 처음 뵈었을 때가 제 나이 일곱이었습니다...
아비가 죽고 어미와 오라비마저 뿔뿔히 헤어지고서도 슬픔이 무언지 모르는 철없는 나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부르트고 피가 흘러 진흙과 뒤섞인 재희의 발을 보며 콧날이 시큰해지던 윤...]
나으리는 그 날... 장대같이 쏟아지던 빗속으로...
저를 업고 뛰셨지요...
그 날 이후로 나으리는 제 아비였고... 어미였고... 오라비였습니다.
[채옥을 업고 장대비 속을 달리던 윤... 방문 앞에 꿀물을 놓아두고 식모에게 야단을 맞던 채옥...]
....지금까지 나리와 함께 한 세월이...
곧... 제가 기억하는 생애의 전부입니다...
....그런 나으리를 잃는다면 제가 어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함께 산사에서 무예를 닦으며 보내던 시절...]
....나으리..... 나으리의 말씀처럼... 처음부터 산채로 올라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 그랬다면... 그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 나으리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도 차마 그 자를 베지못한 제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 그것이 죽기보다 괴로운 일입니다.
[윤에게 산채로 보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던 채옥...]
[명부전 안에서 등에 뜸을 얹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채옥의 모습...]
.... 마음을 씻을 길은... 이것 밖에 없는 듯 싶습니다...
이년... 이리 죽습니다....
.... 제 목숨을 거름삼아 나으리의 뜻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도련님....부디 이년과의.... 이승에서의 인연을....
무심히 베어주십시오... 도련님.....
윤: (넋이 나간듯 허공을 보며)... 이리 보낼 수는 없다...
나는 아직... 가슴에 묻은 말을... 한마디도 못꺼냈어...
채옥아... 내가 있어... 한 순간이나마 숨쉬고 있다는 걸...
느낀다 하지 않았더냐... 그 말을 듣고...
내 가슴이 얼마나 벅차게 뛰었는 줄 아느냐...
개, 돼지보다 못한... 반쪽 양반 피에...
시래기죽이나 끓이며 손발이 부르튼...
후살이 어머니를 둔 나 또한 무슨 희망이 있어 살았겠느냐...
나도 그랬다.... (눈물이 다시 흐른다)...
나도 니가 있어...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말을 밖에 내지 못하고... 십오년이 흘렀구나....
(채옥을 보며)... 가지마라...
나는 아직...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들리느냐.... 옥아.....가지.....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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