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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이 된 날 저녁의 삽화
정전이 된 날 저녁의 삽화
정전으로 어둠에 갇힌 저녁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에서나와 물에 모여 앉았다.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한
가족들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인화지의 얼굴처럼 흐릿하게 들어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말들의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음을
우리는 그제야 알았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긴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시했다.
다시 침묵이 흘렀고 우리는 그 침묵속에서
각자의 숨소리를 소중히 나누어 가졌다.
얼마뒤에 전기가 들오오자
무리들은 다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전기가 나가기 이전의 평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은 그 일이 있은 뒤부터
가끔 정전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다. -윤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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