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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사랑
거실 창문 밖으로 열다섯 살 먹은 제이가 터덜터덜 학교로 가는 모습이 내다보였다.
나는 아들이 다시 눈 덮인 벌판으로 잃어버린 비글 개 크리켓을 찾으러 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어깨가 축 처진 제이는 학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느 때처럼 벌판을 뛰어 다니던 크리켓은 일요일 아침에 나가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열흘이 흘렀다. 제이는 학교가 끝나기만 하면 오후 내내 개를 찾아 벌판을 돌아다녔다.
처음 며칠 동안은 모두들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고, 그래서 문 긁는 소리가 난 것 같다며 대문으로 뛰쳐나간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지금 남편과 나는 크리켓이 사냥꾼에게 잡혔거나 차에 치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는 내가 새 모이를 주러 나가보니 제이가 벌판을 향해 소리 높여 크리켓을 부르고 있었다.
마침내 아들은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돌아와 말했다.
˝저보고 바보 같다고 하시겠지만 엄마, 전 하느님께 크리켓을 보살펴 달라고 빌었어요. 틀림없이 크리켓이 저기 어디 있을 것만 같아요.˝
일요일마다 별 생각 없이 교회에 나가는 것이 고작인 부모 밑에서 제이가 어떻게 그렇게 굳건한 신앙을 갖게 되었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아마도 여섯 살 때 정 많던 제 형이 교통 사고로 죽은 영향인 듯했다.
나는 제이를 꼭 껴안고 곧 다른 강아지를 사서 키우면 된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4년 전 꿈틀거리는 얼룩이 새끼 강아지를 제이에게 선물했던 장면이 또렷이 떠오르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둘은 만나자마자 곧 떨어질 수 없는 친구가 되었다. 본래 크리켓의 잠자리는 차고였지만 오래지 않아 제이의 침대 발치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녀석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날밤 나는 아직까지 개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해버렸다. 어떤 길 잃은 동물도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날씨가 차가 왔던 것이다.
˝엄마,˝ 제이가 말했다.
˝제 생각에도 불가능할 것 같아요. 하지만 하느님은 참새 한 마리가 날다가 떨어지는 것까지도 알고 계시다잖아요? 그건 개들한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렇죠?˝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다음날 아들을 학교로 보내고 나는 직장인 부동산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러고는 일 속에 파묻혀 길 잃은 개는 까맣게 잊어 버렸다.
오후 2시가 되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제이었다.
˝오늘 학교가 일찍 끝났어요. 선생님들 회의가 있어서요. 크리켓을 찾으러 가고 싶은데요.˝
가슴이 미어졌다.
˝제이,˝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그 생각은 그만 해라. 지금은 기온이 영하라구. 이런 날씨에 어떤 개가.......˝
˝하지만 엄마.˝ 제이가 애원했다.
˝저는 크리켓이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찾으러 가야만 해요.˝
˝좋아,˝ 하는 수 없이 나는 허락했다.
전화를 끊고 제이는 크리켓과 늘 다니던 길로 나섰다. 동쪽으로 반 마일쯤 갔을 때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때 알 수 없는 이유로 제이는 자신이 개 짖는 방향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 기찻길이 나타났다. 기차가 달려오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문득 기차가 지나간 후에는 선로가 따뜻해져 있을까 궁금해진 제이는 선로로 기어올라가 만져보았다.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돌을 몇 개 던지다가 선로를 따라 아까 개 짓는 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나무 침목을 밟고 섰을 때 바람이 불면서 멀리서 사냥꾼의 총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제이는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근처의 반쯤 부서진 울타리에서 희미하게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이는 구르듯 아래쪽으로 달려 내려갔다. 가슴이 뛰었다!
울타리를 둘러싼 잡초를 헤치자 크리켓이 있었다!!!
왼쪽 뒷다리가 낡은 울타리의 철사에 걸려 꼼짝을 못 하는 상태였다. 앞다리는 간신히 땅에 닿을락 말락 했다. 주위의 눈은 모두 크리켓이 먹어치워 없었다. 덕분에 갈증으로 죽지 않았던 것이다.
아들이 집으로 돌아와 기쁨에 넘쳐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놀라 집으로 달려갔다.
형편없이 여윈 크리켓이 부엌에서 정신없이 먹이를 먹고 있었다.
그 옆에 쭈그리고 앉은 열 다섯 살 소년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배부르게 먹고 난 크리켓은 제이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서 나는 견디기 힘들었을 며칠 동안 개를 지탱 시켜준 무한한 신뢰를 보았다. 그것은 주인이 와서 자기를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어른들의 논리적인 만류를 뿌리치고 개를 찾으러 나선 제이를 크리겟에게 이끈 것도 주인을 향한 바로 그 무한한 신뢰가 아니었을까.
- 도나 차니, <사람보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동물이야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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