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영정과의 결혼식 |  | |
|
영정과의 결혼식
안경을 쓴 70세의 할머니가 머리에 하얀 면사포를 둘렀다. 신부는 식단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두 손은 영정을 쥐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걸어갈 신랑도, 함께 기뻐할 가족과 친지도 없이 먼저 떠난 남편의 사진과 함께 한 48년만의 예식. 지난 22일 오후 7시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있었던 김정숙 할머니의 뒤늦은 결혼식 장면이다.
할머니는 50년 함경북도 원산에서 장덕선씨와 약혼을 한 뒤 6·25 전쟁이 나면서 함께 월남했고, 외아들과 함께 세식구가 단출한 가정을 꾸려 갔다.
“형편이 넉넉해지면 꼭 결혼식을 올립시다.”
굳게 약속했던 남편은 그러나 83년 57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3년 뒤 아들마저 뒤를 따랐다. 의지할 친척조차 없는 할머니는 동사무소로부터 생계보조금을 받아 생활했다.
“저…, 남편없이 사진만 갖고도 결혼식을 할 수 있을까요?” 김 할머니는 한 시민단체에서 식을 미뤄 온 부부들을 위해 무료로 합동결혼식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사정을 알렸다. 영정과의 결혼식은 그렇게 해서 열렸다.
“저 세상에 있는 남편도 기뻐할 겁니다….” 함께 식을 올린 다른 세쌍의 부부와 하객들은 말끝을 잇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998.1.24. 조선일보)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