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애마 / 염원정


애마 / 염원정 시인


살면서 문득 문득 각인되었던 것들이
어디선가 콕 박혀 있다가 튀어나와요. 말과 글로...

참 알다가도 모를 게 말과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과 글을 꼭 필요할 때 약처럼 써야하는데,
어느새 나는
말과 글을 헤프게 쓰는 중독자가 되 버렸어요.
그것도 아주 어설프게요.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지만,
여튼 뭐가 잘못되긴 했어요.
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가
번번히 뭣에 덜미를 잡히기도 하고,
내 덧에 내가 걸려 넘어지기도 하지만,
내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나,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나,하고
멍청하게 내가 나에게 묻고 있을 때는
내가 나를 바라봐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때는 열심히 말을 해요.
열심히 글을 쓰기도 하고요.

그런데 말(語)을 하려했는데,
글로 쓰려 했는데,
말(馬)이 되어 버리는 거예요.
뛸자리 설자리도 가리지 않고
말(語)같지 않은 말이, 글같지 않은 글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다행히 어찌어찌 말머리를 잡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내 말꼬리라도 잡고 늘어지기라도 하면,
갈피를 못잡고 이리 저리 중구난방으로
말 꼬리를 자를 말을 찾아헤메느라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하죠.
그러나 한참 그러고나면 맥빠져요.

어떤때는 말 하다가도
´제가 지금 어디까지 말했죠?´하고 바보처럼 상대편에게
묻기도 해요.
또 어떤때는
한참 말을 하고 있는데, 상대편이 내게 물어요.
˝지금 대체 무슨 말 하는거야?´ 하구요.
그리고 또 어떤때는 상대방과 내가 같이 물어요.
˝우리 지금 무슨 말 중이었지?˝ 하구요.
참, 기가 막히죠?

발 없는 말(語)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맞나봐요.
정말 빨라요. 눈에 보이길하나, 손에 잡히길하나
주워 담을 수가 있나. 한번 뱉었다 하면, 순간이에요.
아참 이런 것도 있어요.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뱉은 말이
상대방 귀에 콕 박혀있을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문제는,
정작 그 말을 한 내가 한 말이 콕 박혀 있는지
느슨하게 박혀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그것이 제일 큰 문제예요.


아무튼,
더러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글이 낫겠다 싶어
글을 써보기로 하고 말을 좀 참아봤어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하려던 말을 입속에 넣고 입을 닫고 있었는데,
그 말이 다 어디로 간 거예요?
글로 옮기려고 찾아보면 도통 찾을 수가 없으니말예요.
기억을 더듬어 몇몇의 말들은 찾아내기도 하지만,
대부분 못찾고 포기할 때가 더 많아요.

그렇지만, 글을 써보니까
글은 말(馬)보다 한술 더 떠야해요.
맞춤법도 띄어쓰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거든요.

뭐에 홀린듯 정신없이 글을 쓰고나면,
속이 텅 빈 것 같이 가뿐해 질 때가 있어요.
그러나 마음속의 말을 글로 쓴 글이지만,
글다운 글, 제대로 된 글이 아닌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잖아요..
내겐 너무나 소중한 말과 글.

아, 우선 수박부터 먹고......
말과 글. 나와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아니 헤어져서는 안되는 필연을
애마로 만들 궁리를 해 봐야겠어요.

안녕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