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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고비 <이규태>


(조선일보/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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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자린고비’考 (2001.11.18)


영조 때 음성 사람 조륵은 인색하다 하여 남의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재산을 모아, 기근 때 굶는 백성을 구제하여 당상 벼슬에 올랐었다.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 숟가락 떠먹고 굴비 한 번 올려보곤 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근검절약을 현대에 접목하고자 제정한 올 자린고비상이 친척이 버린 구두를 17년간을 신고, 20년된 텔레비전, 15년된 경운기를 몰며 수천평 전답과 수천만원 저축을 한 조성윤씨에게 돌아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주인공이 조륵의 10대손이라서 화제가 되고있다 한다.

자린고비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 하나는 조륵이 천장에 매달아놓고 올려보며 밥을 먹었다는 절인 굴비가 자린고비가 됐다는 설이다. 「청구영언」에 부채를 들고 머리를 흔들어 20년 썼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실려있다. 같은 유형의 이야기로 선조 때 정승 이항복이 젊어서 절에 가 공부할 때 스님더러 게장이라 소리쳐 달라면서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른 한 설은 어느 한 인색한 부호가 부모 제사 때 쓰는 지방을 때마다 불살라 버리는 것이 아깝다 하여 기름으로 절여 두고 해마다 꺼내썼다 하여 「절인 고비」가 자린고비가 됐다는 설이다. 또 다른 설로는 고비가 굴비의 전음이 아니라 인색하기로 소문난 고비라는 사람 이름이요, 자린은 인색하다는 뜻의 한문 단어 자린이라는 것이다. 「어우야담」에 나오는 고비는 충주 사람으로 큰 부자가 됐는데도 인색하여 먼 나들이를 할 때면 그동안 처첩이 먹을 양식만 내놓고 곳간 문을 잠그고 떠나곤 했다.

어느 날 곳간을 잠그고 나가는데 못 들여놓은 밀가루를 보자 그 표면에 얼굴도장을 찍어놓고야 떠났던 위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비를 찾아와 돈 버는 비법을 묻곤하자 바지를 벗겨 반나신으로 나무에 오르게 한 다음 가지 끝으로 옮겨가 두 손으로 매달리게 했다. 그리고서 한 손마저 놓으라 시킨 것이다. 놓으면 떨어져 죽을지 모르는데 돈 벌어 무슨 소용이냐고 하자 고비가 말하기를, 재산 아끼기를 그토록 악착같이 하고 하반신이 드러나는 창피를 무릅써야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 고비는 대단한 이재학자였다. 옛날에 자린고비는 악덕이지만 작금에는 미덕이 되고 있어 그 뿌리를 더듬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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