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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여자 - 첫경험 <염원정>
잠귀 밝은 그이를 깨우지 않고 잠자리에서 빠져나오기란 쉬운 일이 아
니었다. 그러나 일단 이불속을 빠져나온 나는 도둑 고양이 보다 민첩
한 동작으로 옷을 입고 방문과 대문을 무사 통과, 밖에 세워 있는 자
동차 앞까지 왔다.

˝휴~~~˝

이른 아침이라 다니는 사람도 없고, 이따금 차 한대가 지나다니는 길
가에서 나는 그동안 참고 있던 숨통을 확 트며 팔 다리를 한차례 흔들
고나서 비장한 각오를 하며 어젯밤에 미리 주머니에 챙겨 두었던 열쇄
로 문을 따고 자동차에 올라탔다.

´혹시 실수라도 하면...어쩌지?´

평소에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서점에서 자동차에 대한
구조며 조작 그리고 운전 방법등에 대한 책을 구입 놓고 나사 이름까
지 달달 외울 정도로 책을 독파했다. 그러자 나는 이론을 뛰어넘어
실질적인 호기심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 손으로 차를 움직여 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 때문에 차만 보면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버스나 택시를 탈 때 내 눈은 기사분의 손과 발에서 떠날줄 몰랐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기사가 하는대로 나도 눈으로 운전을 하였고,
시간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머릿속에다 늘 차 한대를 준비해 놓고 마
음속으로 운전대를 잡고 수시로 운전을하고 다녔다.

그러던 내가 어젯밤 술을 하고 들어온 그의 기분이 꽤 좋아 보이는 것
을 기회로 삼고 얄궂은 아양을 떨어 남편을 혼란스럽게 해놓고 지나가
는 말처럼 서두를 꺼냈다.

˝자기 오늘 술 마셨어?˝

˝응.˝

˝나 잘알지?˝

˝하하...응 잘 아네...˝

˝있지...영상이가 생일 선물로 불자동차 사달래˝

˝그래? 그럼 사줘...˝

˝정말?˝

˝응.˝

˝와 신난다. 그럼 나, 차 타도 되지?˝

˝응. 그렇다니까!?˝

그런걸 뭘 새삼스럽게 물어보냐는 듯 그는 모든 것을 내게 맡기고 꿈
나라로 갔다. 도저히 받아낼 수 없는 무면허 자격으로 자동차를 타도
된다는 허락을 구렁이 담 넘어 가듯 받아낸 나는 자동차 운전 방법에
관한 책을 들여다 보며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운전대를 잡고보니 겁이 났다. 그래서 나는 그냥 집에 들
어가 남편 숨소리나 들으면서 잠이나 잘까도 생각했지만,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자동차 열쇄를 꽂으며 중얼거
렸다.

˝까짓 뭔일이야 나려구? 조금만, 그래 조금만 움직여 보는거야.˝

비록 가상이라고는 하지만,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자동차를 움직여 보
았던 내가 아닌가? 나는 우선 기아가 중립에 있는 것을 확인한 다음
자동차 키를 돌려 시동을 걸었다.

˝갈갈갈갈.....갈갈갈갈....갈....부르응.....부릉~ 부릉~ 부릉~˝

숨이 넘어갈듯 넘어갈듯 갈갈 거리던 자동차가 마침내 달달달 몸을 떨
며 고른 숨을 배어내기 시작했다. ´됐다´ 하는 소리를 나도 모르게 지
르며 나는 핸들을 두 손으로 꼭 쥐고 몸을 앞으로 당긴면서 바짝 긴장
했다.

˝잘했어. 시동거는 것 성공. 다음! 기아를 일단으로...옳치!˝

순조롭게 시동이 걸리자 이젠 달릴 수 있다는 흥분감에 기아를 일단으
로 놓고 가속패달을 밟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시동이 맥없이 꺼지며
모든 작동이 일시에 멈췄다.
˝┃│┃
┃▣┃
˝푸하~!˝ ┃∨┃
┃│┃
˝어! 차가 갑자기 왜이래?˝

시동이 꺼지자 머릿속에 들어있던 자동차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은 백
지장처럼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오로지 시동을 다시 살려야 겠
다는 일념 하나로 나는 ´침착...침착 오로지 침착..´을 자꾸만 입으
로 중얼거리며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으며 아까보다 더육 신중한
동작으로 발을 움직여 보았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차가 다시 움직이
는 것이었다.

´으악! 차가 움직인닷!´

어떻게 해서 차가 움직인 다는 구차한 이론보다는 몸으로 직접 느끼는
차의 숨소리에 소리만 들리지 않았을 뿐이지 나는 차가 움직인다는
그 사실 하나로도 놀란 나머지 속으로 엄청나게 큰 비명을 지르고 있
었다.

´이럴수가,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차를 움직이고 있다니...
....˝

그것은 지금껏 꾸어온 꿈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었다.

˝와우! 이 기분을 누가 알랴?˝

그때의 상태를 보면, [기아: 1단 고정. 크러치, 브레이크 패달 : 놀
고 있음. 가속 패달: 조심스럽게 발로 밟고 있음. 핸들: 두손으로 움
켜쥔 상태. 가슴: 흥분된 숨소리의 장단에 맞춰 걱정 반 긴장 반으로
달달달 떨고 있음 후사경 백미러: 물론 뒷차가 빵빵거린다 해도 쳐다
볼 정신 없음. 오로지 전방주시하며 앞으로 앞으로...상태임] 이상.

나는 룰루랄라 신나게 가속 패달을 밞고 마냥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었
다. 그런데, 저만치 커다란 트럭 한대가(실은 작은 트럭이었지만, 그
당시엔 엄청나게 크게 보였음)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음마! 클났다!´ 아이고...부닥칠 것 같아....˝

그러나 그 큰 트럭은 걱정도 팔자라는 듯 가스 통을 잔뜩 실고서 ´우
당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순간, ´아이
고´ 하며 겁에 질려있던 나는 비로서 정신을 차리며 ´이젠 돌아가야
겠다´ 고 생각하며 얼른 브레이크를 밟았다.

˝꽥!˝

차가 서는 소리가 내 귀에는 분명 비명처럼 들렸다. 아무튼 차가 돼
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출렁 쏠리는 듯 하다가 뒤로 끼....멈
추는바람에 그때까지 잔뜩 경직되 있던 나는 앞뒤로 몇차레 몸을 자동
으로 흔들어댔다. 다행히 차는 세웠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하필
내가 차를 세운 곳이 경사진 언덕이었던 것이다. 우선 상태를 살피기
위해 차에서 내린 나는 심각하게 머릴 짜내기 시작했다.

˝음...이렇게 해서 저렇게 해서...조렇게 하면? 그래 한번 해보는 거
야!˝

평탄하지도 않은 길에서 차의 방향을 180˚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
아무리 간을 크게 불려보아도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
이 상황인 만큼 하늘이 두 쪽이 난다 하더라도 차를 있던 자리로 가져
가야 한다는 막대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고 나는 꼭! 어떤 일이 있어
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머리속에 그동안 얼키설키 구겨 넣었던 자동
차에 대한 것을 끄집어 내며 차의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아 변속을 제대로 하지 않고 마음만 급했던 나는 앞으로 가
려하면 차가 뒤로 가고 뒤로 가려하면 차가 앞으로 가는 통에 점점 혼
란한 상태가 되어갔다.

기아변속과 핸들 조작 방법도 방법뿐 아니라 그렇고 뒤가 잘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손과 발, 머리가 따로따로 놀았다.

´저 여자가 대체 뭘 하는거지?´

성경책을 들고가는 어떤 노인 한 분이 조금 가다 뒤 돌아보고 또 뒤
돌아보면서 내가 하는 꼴이 별스럽다는 듯이 지나갔다. 그러나 나는
하던 동작을 멈출 입장이 아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의 방향을 조금 틀어 놓은 것 같아서 차에서 내려
보니 한심하게도 차는 중앙선을 떡 걸치고 양쪽길을 막아 선 꼴이 되
었다.
┃│┃ <--이렇게 말이다.
┃⇒┃
┃│┃
속이 답답하니 소리라도 지르며 울고 싶었지만, 운다고 해서 차가 말
을 듣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사태를 수숩하기 위해 다시 차에 올라탔
다. 그런데 차가 스르르르..뒤로 미끄러지는게 아닌가?

˝어마마마....!˝

마치 궁중에서 엄마를 부르는 소리처럼 마마마마...하고 입을 바보처
럼 벌리고 있는 사이 차는 멈추었지만 옆 담에 뒷 범버가 닿아 있었
다. 어느새 차 시동이 꺼져 있었던 것이었다.

´세상에...뭐 이런 고물차가 다 있어?˝

안되면 조상 탓이라더니 나는 죄없는 차를 나무라며 다시 시동을 걸었
다. 어느새 나는 시동 하나 만큼은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동을 거는 것처럼 좁은 도로에서 앞과 뒤의 공간을 측정하며
핸들을 좌우로 틀고하는 과학적, 수학적인 내 계산은 차를 돌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자꾸 빗나가기만 했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는 일념으로 나는 차를 앞으로 당겼다가 뒤로 빼고
다시 앞으로 당기고 뒤로 빼는 것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또또또.....
또를 얼마간 정신없이 되풀이 한 결과 차를 겨우겨우 반대 방향으로
돌려 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길 한 복판에서 요도방정을 떨고 있는
내 꼴을 보고 어떤 운전자는 차를 멈추고 친절하게도 도와주느냐고 묻
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내 힘으로 차를 거의 돌려놓은 상태였
으므로 품위있고 우아하게 사양할 수 있었다.

˝끼�씐!˝

드디어 �ㄼ은 거리지만 길게만 느껴지던 여행을 끝내는 순간이었다. 차
를 처음에 서 있던 방향과는 정 반대로 주차해 놓았지만 수단과 방법
을 총 동원해 흠집 없이 차를 제자리에 세운 나는 시동을 끄고 조이
고 조여서 더는 조일게 없는 긴장을 한꺼번에 풀었다.
┃│┃
┃∧┃
┃▣┃
휴~~~~~~~~~~~~~~~~~~~~~~~~~~~~~~~~~~~~~~~~~~~~~~ ┃│┃

그런데, 아구구구........성이 잔뜩 난, 아니 이글이글 불꽃이 번쩍거
리는 눈이 차창 밖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앗! 저니가 우짜자고 벌써 일어났지?˝

술까지 마시고 늦게 잠들었으니 내가 깨우기 전에는 마냥 자겠거니 하
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남편은 평소처럼 아침 운동을 하려고 나왔다
가 차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놀라 도난 신고를 하려다가 내가 보
이지 않자 설마..설마.. 하며 내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란듯이 떡하니 차를 몰고 나타나자 참으로 기가막힌다
는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응, 자기가 어젯밤에 나보고 차 타도 된다 했잖아....˝

˝뭐야??????????˝

˝아유! 하여간 순 막무가네네? 차에 대해 뭘 안다구? 아니, 그러다가
사고라도 났음 어쩔뻔 했어? 아니, 무슨 여자가 겁도 없이말야! 으...
...˝

*~첫경험. 그것은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왕복 600미터 정
도 되는 거리를 내가 직접 운전해 본 기억이다. 운전 면허는 커녕 자
동차 학원도 다니지 않은 상태에서 이론만으로 차를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차를 운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두려움 보다 월등히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지하고 분별 없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운전이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다루는 작업이기 때문
이다. 첫사랑, 첫키스, 첫,첫, 이 첫이란 말은 늘 호기심과 설레임이
동반하면서 ´겁´을 눌러버린다. ´겁이 없다´ 이 말은 경험이 없기 때
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겪은 첫경험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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