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한려수도」중에서 <조수호>
태양은 이글거리며
여기에 솟아 오른다.
우리는 남녘 바다의 큰 섬, 남해의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
시원한 바다 바람이 옷섶을 가른다. 갑갑하던 가슴도 확트인다
뱃전에 손을 대니 짜릿한 쾌감마저 느낀다.
배는 고통을 길게 울린다.
눈앞에 펼쳐지는 연초록색의 바다.
누구도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바다.
바라보기만 하여도 기분이 상쾌하다. 그저 즐겁다.
남해의 요정은 푸른 바다에 코발트색을 흩뿌린 것인가.
푸르고 푸르다 못해 바다는 오히려 검푸른 색이다.
진주빛 처럼 고혹적인 자태로 푸른 섬들이 배 앞을 가로 막는다.
그것은 작은 돌고래 마냥 귀엽다.앙증스럽다.
옹기종기 섬들이 서로 가까이 있어 정겹게 보인다.
금방 해가 붉게 빛난다. 바닷물이 붉어진다.구름도, 하늘도 붉다.
섬에 기대 있는 절벽도 순식간에 붉어진다.
자연의 힘은 이렇게도 위대한 것인가.
푸른바다가 일순간에 붉게 물든다. 사람들은 곧 소낙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배는 많은 부표가 떠 있는 사이를 가르며 어느새 남해 창선을 지나 삼천포 앞 수우도에 닿는다.
거기에는 물고기가 뛰고 갈매기가 수면 위를 스치듯 지나간다.
우리를 환영하는 듯, 배 근방에 난다.
머리 위로도 난다. 손을 내밀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난다. 자유다.
선미쪽의 물보라 위를 날기도 하고, 물보라 속을 헤집듯이 드나들기도 한다. 경쾌한 모습이다.
마음껏 제 삶을 구가하는 자유로은 모습들!
자유란 저렇게도 좋은 것인가. 둥근 원을 그리기도 하고 타원형을 그리기도 한다. 자유자재다.
비상하는 저 물새를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감독하는 사람도 없다. 칭찬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뒤섞여 자유로이 비상하면서도 그들은 접촉하거나 충돌하는 경우가 없다.
그렇게 맑은 수효가 날아도 말이다. 어찌보면 무질서인 듯하지만 그 가운데서의 질서,
혼란한 듯하나, 서로가 지켜가는 질서, 아름답고 경이롭다. 또,하나의 질서를 연출한다.
나는 오늘 남해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을 구경하다 말고, 갈매기의 슬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맹자는 일찍이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 가운데 인간이 가장 귀하다´ 라고 하였는데,지금은
왜 이렇게 우리 인간들은 미련하게 되었는지....
한참 갈매기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갈매기를 구경하는 것인가.
갈매기
그것들이 날면서 우리를 구경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배는 돌섬 앞에 왔다.
바위가 아니고 큰 돌이다. 둥글둥글하다. 한 개가 교실하나만 한다.
큰 하천에서 주위와 놓아둔 돌인가. 세 개는 밑에 놓고 한 개를 용하게도
그 위에 편안하게 놓았다.
민둥민둥한 돌들이다. 옛날 어느 영화 속에 나오는 유명 외국 배우의 민둥머리 모양이다
손이 닿을 곳이라면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다. 왠지 만져보고 싶다.
배는 신선 바위, 백두바위, 매바위, 자라바위를 지나 사랑도 앞바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사탕을 나눈다. 여선생님들이다. 사탕은 세 개씩이다. 비록 그 수는 얼마되지 않으나 남에게
무엇이라도 베풀고자 하는 그 정성이 머루알같이 아름답다. 고맙기도 하다.
배는 다시 떠난다. 소가야의 수도가 있었다는 해변을 지나 병충바위와 선바위 곁을 지난다.
또 쌍룡이 나왔다는 굴을 지난다. 그 옆에 큰 칼로 두부를 자른 듯한 높은 바위가 하늘에 우뚝
서 있다. 그 근방에는 키는 작지만 오래된 소나무들이 가지를 매우 길게 늘어뜨려 바위를 감싸고 있다. 안쪽 후미진 바위에는 아직까지도 구름이 채 걷히지 않고 엷은 안개 마냥 감겨 있다.
한 폭의 동양화다.
조물주는 남해한려수도에 동양화 한 폭을 그려 걸었다.
뱃길에 지친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려고..
˝손님 여러분, 시루떡 좀 잡수시오. 앞에 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선장의 안내 방송에 따라 모두 선두에 나갔다. 우리는 놀랐다. 앞에 병풍같이 늘어선 바위의 생김새가 마치 떡시루의 단면을 그대로 확대하여 붙인 모양이 아닌가.
노랑색의 바위가 한 층이요. 그 위에 적갈색의 바위가 또 한 층 있다.
한 층의 높이는 사람 키 높이 정도, 두 색깔이 번갈아 가면서 층을 이루어 조화롭게 서 있다.
재래 시장 떡집에서 어머니들이 만든 바로 그 시루떡이다.
바위의 색깔이 어찌 저리도 선명할까 특히 노랑색은 유자 빛깔 그대로다.
모두가 감탄, 감탄, 또 감탄이다.
˝손님들 떡 많이 자셨지요. 바로 옆에서 선녀들이 만나자고 합니다.˝
선장은 무엇 때문인지 벙글 벙글 웃으면서 또 안내 방송이다
배는 오른 쪽으로 선수를 돌린다. 선녀탕으로 가는 것이다.
한쪽 후미진 굴속에 판판한 너럭바위가 장판마냥 깔려있다. 그 입구에 작은 소(沼)가 있는데
모양이나 넓이가 마치 작은 목욕탕 같다. 남들이 볼세라 바위들이 작은 병풍같이 그 주위를
감싸고 있다.
마침 선녀들이 목욕탕에서 나오면서 우리들을 보고 감짝 놀란 듯, 앞을 가리우고 쪼르르 걸어가듯한 환상을 본다.
˝옷을 훔치러 온 것이 아니니 걱정마오. 천상(天上)의 백옥경(白玉京)을 떠나왔으니,
선녀사범(仙女思凡)인가. 그대들이 속세가 그리우면 이 배를 타시구려˝
내말이 끝나자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어쩌면 해변이 이리도 수려할까. 그래서, 선녀들도 천상에서
내려와 경관을 완상하고 목욕하고 휴식하는가 보다.
한국의 나포리 통영에 가다.
배는 아름다운 통영운하를 지나 선착장에서 고동을 크게 울린다. 이것은 무사도착을 축하하는
신호란다. 선장의 설명이다.
우리는 곧 차에 올라 통영시내와 미륵도를 일주한 후, 달아공원에 오른다. 관해정 위에서 바라본
통영은 너무도 아름답다. 바다는 푸르고 푸른 쪽빛이다.
바다 위에는 많은 섬들이 작은 거북이 마냥 점점이 엎으려 있다. 거기에는 용호도, 비진도, 매문도, 학림도, 연대도, 저도, 욕지도, 연화도, 만지도, 두미도, 추도, 사랑도, 곤리도, 오비도 등이 있다고 게시판에는 적혀 있다.
이름이 ´달아공원´이라 신기해서 ´달아´ 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상점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생긋이 웃으면서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어디서 왔는교?˝
˝부산서요˝
˝아 그래요, 서쪽을 보고.밖에 나가서서 보이소, 해가 서쪽에 지는데, 지는 해를 거기서 보면
´달같이´ 아름답게 보인다하여 ´달아 공원´ 이랍니다. 이름이 예쁘지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상품을 팔 생각은 아니하고, 손끝으로 가락과 장단을 살짝 짚어가면서 노래를 부르나
음정도 제대로 맞지 않는다.
˝와. 이런 노래 있잖아요.˝
그냥 대답 없이 서 있으려니까, 이순신 장군의 시를 읊는다.

수국추광모 (水國秋光暮) 하니
경한안진고 (驚寒雁陳高) 라
우심전전야 (憂心轉輾夜) 에
잔월조궁도 (殘月照弓刀) 라

˝이 시 알지요, 통영사람들 많이 아는데.˝
짐짓 대답을 또 미루고 있으니,
˝에에잇˝
´바보구만요´하는 말이 잇달아 터져 나올 것 같았으나, 그 대신 이외로 그 아낙은 내 얼굴만
물끄러미 쳐다본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