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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배달부
내 아내는 배달부

코스모스가 피어나는 가을 문턱. 이번 여름에는 정말 지겹도록 비를 뿌렸습니다. 그 빗속에 그녀가 있습니다. 그녀는 새벽 찬이슬을 맞으며 새벽 여섯 시면 어김없이 거리로 나섭니다. 그리고 돌아와 가족들의 밥을 챙겨 먹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에 다시 일을 나갑니다.

비 오는 날이면 젖은 양말을 몇 번이고 갈아 신고, 눈 오는 날은 길이 미끄러워 넘어지고 또 어떤 날은 피곤해서 휘청거리기도 합니다. 정신없이 일을 하게 되면 해가 뉘엿뉘엿 집니다. 그녀는 일을 마치고 다시 저녁 준비를 위해 분주합니다. 청소와 빨래는 날마다 하는데도 산더미 같이 쌓입니다.

밤이면 그녀의 몸은 쓰러질 것만 같습니다. 내일을 위해 준비해 둔 옷가지와 양말을 방문 입구에 나란히 놓아둡니다. 다리는 아파오고 어깻죽지는 내려앉는 듯 힘들지만 그 짧은 시간에 책을 읽고, 실타래를 부여잡고 수를 놓습니다.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는 그녀를 이불 속으로 몸을 눕혀 주면 자는 도중 다리와 몸이 경련하기도 합니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그녀를 생각하면 운치 있게 비 오는 풍경을 감상하지 못합니다. 그녀는 비를 맞으며 거리에 서 있을 테니까요.

주말밖에 얼굴을 볼 수 없는 그녀에게 오후마다 습관처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습니다. 언젠가 모기만 한 그녀의 목소리가 걱정스러워 물었더니 몸살이 났다더군요. 달려갈까 망설이는데 그녀가 전화합니다.

“심하지 않으니까 오지 마세요. 알았죠!” 혹시나 일을 뒤로하고 자신을 보러 올까 염려가 된 그녀는 두 번이나 전화기를 잡고 당부했습니다. 다음날 새벽에도 일터를 찾아 나간 그녀는 그렇게 10년 동안 마음 편히 누워 보지도 못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화창한 햇살이 드는가 싶더니 소나기가 한줄기 쏟아질 듯 하늘이 컴컴해졌습니다. 그녀는 우유배달을 합니다. 그녀는 나의 사랑하는 아내입니다.

이경찬 님 / 경북 김해시 삼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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