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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향기상
인간의 향기상

대학 시절 일입니다. 등교길에 정문을 들어서는데 총학생회가 단식투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극적인 나는 관심조차 갖지 않던 당시 사회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또래의 학우들이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니 내 자신이 참 부끄럽고 작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저는 며칠 뒤 있을 가수 신해철 콘서트 입장권을 사려고 돈을 모으던 중이었거든요.

온종일 학생회 친구들의 젊고 당당한 모습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아 편지를 썼습니다. 내가 그들을 보고 느낀 점, 내가 분발해야 할 점, 그리고 건강 조심하라는 당부를 적고 콘서트 입장권 값을 봉투에 넣어 다음날 아침 총학생회 모금함에 넣고 도망치듯 떠났습니다. 비록 기다렸던 공연은 아쉽게 됐지만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며칠 뒤 총학생회측에서 발간하는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제 쪽지를 그대로 인쇄하고 “이 학우를 찾습니다”라는 기사가 실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왜 나를 찾는 걸까? 조심스럽게 총학생회실을 찾아갔지요.

“안 나타나면 온 학교를 뒤져서라도 꼭 찾아내려던 참이었다”며 학생회 학우들은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투쟁 마지막 날 보고회의 때, 모금함을 정리하다가 내 쪽지를 읽고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받았다는군요. “우리의 투쟁이 한 학우에게 변화를 줄 수 있었다는 게 어찌나 뿌듯하던지 그 동안의 피곤함이 다 사라지더라구요. 고마움을 표시하는 뜻에서 박숙희 학우에게 신해철 공연 입장권을 구해 드리기로 했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나 기뻐 눈물이 다 날 것 같더군요. 결국 총학생회측에서 준비해 준 입장권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신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이 다 가시기도 전에 학생회로부터 ‘인간의 향기상’이라는 멋진 상을 받았지요. 인쇄한 종이에 코팅을 한 간소한 상장이었지만 지금껏 받아본 어떤 상장보다 뜻 깊고 의미 있는 상장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박숙희 님 / 서울 동작구 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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