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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에서 만난 고향 |  | |
| 그리스에서 만난 고향
그리스에 출장을 갈 기회가 생겼다. 워낙 먼 나라이기도 하지만 친근한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긴장된 마음으로 열여섯 시간이나 날아간 그리스의 기후는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서양 문명의 뿌리답게 미술관과 유적들로 둘러싸여 있는 멋스러운 아테네의 온 시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일정을 마치는 날, 숙소 가까이 있는 민속박물관에 들렀다. 자그마한 박물관이었는데, 일요일이어서 관람료를 받지 않았다.
건물 안에서 내 눈을 끄는 것은 사진들이었다. 우리나라처럼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인 탓에 산비탈을 터전 삼아 농사를 짓던 그리스인들의 곤궁한 삶을 볼 수 있었다. 키 작고 주름진 시골 아낙들 모습에서는 우리네 어머니들 모습이 그대로 겹쳐지는 듯했다. 빨래하고 실을 자아 옷감을 짜고 곡식을 갈아 빵을 만드는 모습. 그리고 결혼식 풍경과 수줍은 신부의 모습…. 그토록 먼 나라인데도 어쩌면 그렇게도 살림살이 풍경이 비슷할까?
그러다 밀을 빻는 조그만 풍차 사진 옆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다.
‘따뜻한 빵냄새는 계단 너머 마을 마당을 흐르네. 하느님처럼 빵은 어디에나 있고 거저 얻을 수 있다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소중해서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다네.’
이 글귀를 읽는 내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렸을 적, 아침나절이면 마을 어귀를 감싸던 뽀오얀 밥 짓는 연기 속을 타박타박 걷던 길이며, 새참 때면 길손에게도 밥 한 술 권하던 인심이 떠올라 고향의 벗을 다시 만난 것만 같았다.
공항 택시에서 바가지 요금을 냈던 일, 소음과 매연으로 가득한 시내의 답답한 공기가 아득히 잊혀지고 귓가에는 그리스 산골사람들이 흥얼거리던 노랫가락이 들려오는 듯했다. 일정에 쫓겨 바쁘게 들렀던 작은 박물관 안에서 나는 고향을 마주하는 듯한 애틋한 감동을 품고 돌아올 수 있었다.
강상욱 님 / 서울 강서구 등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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