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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의 사진관 사장님
따뜻한 마음의 사진관 사장님



저는 패션몰 관리사무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1~4층은 패션몰이고, 6~9층은 일반사무실 및 식당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관리실 업무 가운데 상가 임대 및 계약업무를 하던 저는 7층에 자리한 사진관 사장님과 그리 친하지는 않았지만 인상 좋은 사장님을 그저 그렇게 알고 지냈습니다.



제가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쯤 패션몰에서 어린이 패션쇼를 하던 날 사진 촬영을 하시던 사장님은 무대 설치 및 조명등을 정리하던 저희 직원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시고는 “예쁘게 찍어 줄 테니 다들 서 봐. 자, 웃으면서” 하시고는 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일을 시작했지요.



며칠 지난 어느 날 사장님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울 큰 병원으로 수술하러 가신다더군요. 저희는 그 사진관 임대에 관한 여러 가지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장님께 사무실로 나오시라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사무적으로 밀린 관리비 정산을 요구했지요. 그러자 사장님은 “밀린 관리비가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으니 내 가게 인화기계와 여러 집기들을 압류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쓸쓸하게 사무실을 나가셨지요. 그 다음날, 환자복을 입으시고는 사진관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를 무척 열심히 하시는 사장님을 지나면서 보았습니다.



다음날, 사장님은 어린이 패션 쇼가 있던 날 찍은 사진을 우리 사무실로 가져오셨습니다. 사진에는 좋은 글귀며 배경까지 멋지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사진 잘 나왔네” 하시며 환하게 웃는 사장님 얼굴을 저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지요.



한 달여 지난 어느 날, 사장님이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을 때 그때의 웃으시던 모습은 간 데 없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계셨습니다. 옆에는 늙으신 아버님이 서 계셨고요. 바로 다음날 사장님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지금, 제 책상에는 사장님이 쓰셨던 계약서와 압류서약서가 있고 컴퓨터 아래에는 사장님이 찍어주신 사진이 말없이 있습니다. 냉정하게 압류해야 한다는 말을 전한 저희들이 너무 죄송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지금은 주인 없이 잠겨 있는 사진관. 하늘나라에서 아름답고 예쁜 사진 많이 찍으시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저희를 용서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석규 님 / 대구 수성구 범어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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