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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할아버지의 넓은 등 |  | |
| 낯선 할아버지의 넓은 등
“어휴, 이걸 어떡하지? 그냥 걸어가 볼까? 그냥 건너면 집에까지 축축해서 어떻게 가지? 아유, 난 몰라.”
벌써 5년 전 일이다. 그때 난 중학교 3학년이었다. 교회로 가는 길은 시멘트로 만들어졌는데 공사를 잘못했는지 교회를 좀 덜 가서 길이 움푹 패여 있었다. 날씨가 맑으면 잘 모르는데 비만 오면 그곳엔 물이 고이곤 했다.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아니나 다를까 자동차 한 대가 지나다니는 그다지 넓지 않은 길이 옆으로 지나갈 수 있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온통 물바다였다. 어쩔 줄 몰라 한참 망설이는데 맞은편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슬리퍼를 신고는 여유 있게 건너오셨다. 그때 할머니가 안절부절못하는 내 상황을 눈치채셨는지 “어휴, 제가 저길 어떻게 건너려고…” 하며 걱정하셨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내 앞으로 다가와 “자, 업혀라” 하며 등을 내미셨다. 나는 너무 놀라고 당황했다. 할아버지 연세가 족히 70은 다 되어 보이시는데, 그렇다고 내가 깃털처럼 가벼운 몸매도 아니고 좀 통통했기 때문이다. 순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혹시 다치시지는 않을까. 모르는 할아버지께 덥석 업히는 게 너무 염치없는 일은 아닌가!’ 그래서 난 정중히 괜찮다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막무가내로 계속 업히라고 하셨다. 결국 할아버지 성화에 못 이겨 업히고 말았다. “넌, 내 손자뻘쯤 되겠구나. 내가 안 잡을 테니 네가 나를 꼭 잡아야 된다” 하며 내 마음까지 헤아려 주셨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할아버지의 등은 참으로 넓고 따뜻했다. 할아버지 등에서 내리고 나서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 숙인 채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하고 외쳐 댔다. 잠시 뒤 고개를 들었을 때는 두 분은 저 멀리 가고 계셨다. 요즘도 그 길을 지나치면 그때 그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넓고 따뜻한 등을 보여 주신 것뿐이지만 난 거기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여유를 배울 수 있었다. 처음 마주친 나에게 선뜻 당신의 등을 보이신 할아버지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중이다. 어려움에 처한 모르는 이웃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는 할아버지의 등과 같은 넉넉함이 그리울 때다.
오은혜 님 / 대구 수성구 매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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