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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냉장고
김치냉장고



얼마 전 시어머님의 전화를 받았다. “내일 집에 좀 들러라.”


덜컥 겁부터 났다. 한창 가을겆이로 바쁠 때라 일하러 오라는 말씀이신가 싶었다. 친정에서도 어릴 적부터 농삿일을 거들며 자라온 터라 농삿일만큼은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게와 살림을 돌보느라 피곤이 역력한 얼굴로 시댁을 찾았다. 어머님은 곧장 시내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내가 너 김치 냉장고 하나 사 줄라고 그런다.” 깜짝 놀라 펄쩍 뛰며 사양하는데도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나를 데리고 들어가셨고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어머님께서 권하시는 김치냉장고를 골랐다. 시골 살림에 남의 집 일 하루종일 하시고 받은 품삯을 모으신 게 뻔한데 그 돈으로 며느리에게 김치냉장고를 선물하신 것이다.


“너무 기쁘고 좋긴 한데요, 마음이 편칠 않아요” 하고 말씀 드리자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너희가 집 장만해 들어가면 그때 사 주려고 했는데, 그보다 당장 맛있는 김치 먹게 해 주고 싶어서 서둘렀지. 그동안 나만 맛있는 것 먹는 것 같아서 미안했지 뭐냐. 이렇게 사 줬으니까 내가 더 좋다. 이제 곧 김장하면 김치 많이 넣어 두고 맛있게 먹거라.”


그날 밤, 나는 어머님의 말씀을 곱씹으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하는 며느리한테 시어머니가 김치도 안 해 주느냐, 자신은 집에서 살림만 하는 며느리한테도 김치만은 맡아놓고 해 준다는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막상 내가 해 먹는 게 마음 편하다고는 하지만 속으로는 섭섭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선뜻 냉장고를 사 주시는 어머님 앞에서 그동안의 욕심과 기대가 부끄러웠고 막상 배달 온 냉장고를 보면서 좋아하고 있는 나 자신을 깨닫고 나도 참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김치를 꺼낼 때, 썰 때, 먹을 때에도 늘 어머님의 따스한 배려를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다.



박영애 님 / 경기도 양주군 은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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