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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산행
여름산행



초록 그늘 아래 들어섰다. 이제껏 함께 달렸던 속도도 잠시 내려놓았다. 어제 내린 빗방울이 아직 나뭇가지에 촉촉하게 어려 있었다. 우리 일행이 닿은 곳은 민주지산에 자리 잡은 물한리 계곡이었다. 이른 시간에 출발한 탓에 시장기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리는 가까운 민박집을 찾아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민박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이 집을 비운 듯했다. 비는 더욱 거세어지고 우리는 순간 갈 곳을 잃었다.



“전화해 보자.” 유리문에 붙은 전화번호로 전화하는 후배 얼굴을 모두들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통화는 의외로 짧았다. “감사합니다. 깨끗이 쓸게요.” 우리는 휴대폰에 대고 꾸뻑 고개 숙여 인사하는 후배를 보고 환호하며 산만큼 넉넉한 주인을 떠올렸다. 얼굴도 모르는 우리에게 마당 한 자락을 성큼 내어 주는 분은 어떤 분이실까? 주인 없는 민박집 앞뜰에서 준비해 간 음식을 분주히 차리며 내내 그 궁금증을 떨칠 수 없었다.



꼬슬꼬슬하게 삶은 라면으로 몸과 마음이 한껏 배부를 때쯤, 주인 내외분이 돌아오셨다. 환한 미소, 혹여나 불편할까 봐 배려해 주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히려 우리가 한참 몸둘 바를 몰라했다. 한 사람의 함박웃음이 이처럼 여럿을 한꺼번에 따스한 햇살로 만들 수 있다니!



가까운 이들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해 준 여름산과 넉넉한 마음씨를 가진 분들과의 만남은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도 기억될 것이다. 해 저무는 산은 너무나 우리를 등 떠밀어 내려가게 했다. 그리고 행복 찾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하라고 가르쳤다.


김미옥 님 / 대구시 수성구 만촌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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