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머니의 화수분
어머니의 화수분



나 어릴 적 어머니는 두부나 묵을 쑤어 5일장에 내다 파셨다. 그뿐인가. 사시사철 푸성귀, 나물, 앵두, 오디, 밤, 대추 등 시골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죄다 ‘팔 거리’였다. 그런 어머니의 노력으로 우리는 농사짓는 집이었으나 푼돈을 아쉽지 않게 쓰며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어머니는 바로 몇 년 전까지도 길 건너 들어선 아파트 단지 내에 쪼그리고 앉아 옥수수나 풋콩을 까서 파셨다. 종일토록 수없이 오가는 차들과 사람들 속에 앉아 계신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하고 속상해했는데, 어머니는 돈이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리 하셨던 것이다.



요즘 어머니는 집 안팎에 돈 될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나이가 드니 제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한다며 당신 스스로를 나무라시곤 한다. 그런데 어머니의 그 푸념으로부터 힌트를 얻은 아주머니 한 분이 그런 것들을 장만하여 내다 팔기 시작하셨다. 벌이가 꽤 쏠쏠하셨던지 재미를 붙이고 날마다 새벽부터 우리집 근처를 누비신다. 어머니도 마당 끝에 앉아 내심 기다리시는 것 같건만 아주머니가 나타나시기 무섭게 한마디하신다. “저 여편네 또 온다. 이젠 제 안방 드나들 듯 한다니까.” 하지만 아주머니와 몇 마디 주고받은 뒤 들어오시는 어머니 얼굴에는 금세 노여움이 사라지고 천진한 아이 같은 모습이시다. “저번엔 요구르트하고 박하사탕을 사 왔더라. 한 번도 빈손으로 오지 않는단다. 이거 봐라. 오늘은 숭어를 두 마리나 사 왔구나. 마른 숭어다. 한 오천 원쯤 할 것 같다. 새벽바람이라 밥도 안 먹었을 텐데, 입맛 없는데 한 술 같이 먹어야겠다.”



이런 어머니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돈이 눈에 보이는 걸 가만히 앉아 포기할 수밖에 없어 뺏기는 것 같은 마음, 그런 어머니의 속내를 딸인 내가 왜 모르겠는가! 어머니, 건강히 오래 사시면서 저희들 사는 모습 오래오래 지켜봐 주세요.


홍복희 님 / 인천시 남구 숭의3동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