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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에게 보내는 미역국 편지
큰딸에게 보내는 미역국 편지

미역국은 생일 맞은 사람에게는 축하의 의미이고, 아기 낳은 산모에게는 젖을 잘 돌게 해 아이를 잘 키우라는 축복의 의미이다. 오늘은 맏딸을 위하여 아내가 미역국을 끓였다. 그러나 이 좋은 미역국을 먹어야 할 큰딸아이는 한 집에 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군으로 종군하거나 해외로 공부하러 간 것도 아니다. 우리 부부는 사람들 앞에서 작은딸의 귀여운 아들 이야기와 외동아들 취직한 이야기는 하지만, 큰딸이 있다고 하면서도 일체 말이 없는 것에 대해 남들은 무척이나 의아해한다.



그 큰딸은 박봉의 공군중위 월급으로 살기 어려울 때 쪽방에서 낳은 아이다. 그 시절, 낳은 지 한 달도 안 된 아기가 잠든 방에 연탄가스가 스미었고, 깨어 울지 않는다고 신통히 여기며 집안일을 하는 사이 큰딸아이는 하나님이 주신 세계에서만 영원히 머물러 사는 천사가 되었다.



하나님만 잘 아시는 우리 천사는 밖으로는 아빠인 내가 경쟁사회 속에서 가족을 위해 버틸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었고, 안으로는 가족들 가슴에 남아 서로 더 사랑하고 아끼게 했다. 하지만 중풍 들고 정신도 오락가락하는 할아버지가 오시면서 큰딸아이는 어느새 우리 마음에서조차 아주 떠나 하늘나라에 가서 산다.



2003년 1월 20일. 그 아이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끓여 식탁에 올려놓고, 우리 부부는 미역국인지, 눈물 국인지 가슴이 저미어 쳐다만 보고 있다. 그래도 먹어야 일하지, 하는 순간 “야, 우황청심환 다 떨어졌다!” 하는 아버지 목소리가 들린다.


김진영 님 / 서울 강서구 등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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