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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아버지와 손자 |  | |
| 할아버지와 손자
어린 시절, 나이든 아버지가 여러 자식들을 고생고생하며 키웠습니다. 이런저런 잡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겨우겨우 먹고 살 정도로 힘든 나날이었다지요. 자식들 뒷바라지를 힘겹게 한 아버지는 이제 나이가 훨씬 들어 당신 아들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힘들게 뒷바라지해 큰 걸 알지만 아들은 그 시절 못 먹고 힘들게 산 날들을 떠올리면 아버지가 자신과 함께 사는 것이 그렇게 탐탁하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노인은 자신의 손자와 함께 산책을 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한참을 가던 노인은 손자를 바라다보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손을 잡고 걷다가 손자가 나직이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왜 그렇게 미워해요?”
아직 어린 손자의 눈에도 그렇게 비쳤다니 노인은 부끄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짧게 한마디했습니다.
“너희 아버지는 아무 잘못이 없단다. 지금 너에게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니?”
이 말을 하고서는 한참 아무 말 없이 길을 걸었습니다. 어느덧 해는 기울고 노인과 손자 모두 배가 고파졌습니다. 노인은 주머니 속 돈 전부를 털어 손자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 줬습니다. 때마침 허기가 졌던 터라 손자는 맛있게 먹으며 할아버지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빠가 밉지 않으세요?”
노인은 가만히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젊은 시절 내가 내 아들을 굶겼다고 지금 아들이 나를 굶기거나, 또 내 사랑하는 손자인 너에게까지 그 굶주린 가난을 물려 주지 않잖니. 그래서 난 네 아버지를 미워할 수 없는 거야. 너 또한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지금의 아버지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널 힘겹게 키웠다 하더라도 원망하면 안 되는 거란다.”
아직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손자였지만,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손자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빛도 더없이 포근했지요. 늦은 오후의 산책이 어느덧 끝나 가고 있었습니다.
김은아 님 / 서울 성북구 안암1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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