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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의 손을 잡고



일하느라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빼고 한 번도 학교에 가 보지 못한 아들아이가 마음에 걸려 어느 늦은 봄날, 아들아이 끝날 시간이 되어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 잠시 뒤 고만고만한 병아리들 사이로 아들이 보였다. 개나리 울타리 뒤에 숨었다가 “오승근, 엄마 왔지롱!” 하며 아이 앞에 나섰다. 그런데 승근이는 나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금세 어깨를 들먹였다.



“왜 울어?” “짝꿍 현수가 때렸어요.”



승근이는 아파서 운 게 아닐 것이다. 예고없이 나타난 엄마가 무작정 의지가 돼 울었을 것이다. 입학한 다음날부터 혼자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며 얼마나 외로웠을까? 몇 번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가 왔으면 좋겠다’며 투정을 부리더니 요즘은 학교 다녀와서 혼자 점심 챙겨 먹고 학원도 빼먹지 않고 갈 만큼 의젓해졌다.



엄마란 무엇일까. 바라만 봐도 눈물이 나는 사람일까. 조용히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존재일까?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나는 아들아이 눈물에 덩달아 눈물이 났다. 나도 엄마 앞에서 이렇게 울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하지만 아이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 가슴은 하늘만큼의 아픔을 삼켜야 하고, 몇 개의 눈물의 강을 건너야 하리라. 우는 아이를 울게 놔뒀다. 아이가 볼까 봐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나는 죄 없는 개나리잎만 만지작거렸다.



집에 오는 길, 문구점에 들러 뽑기도 시켜 주고 과자도 사 주자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개나리처럼 환하게 웃었다. 무에 그리 신이 나는지 “엄마엄마, 엄마!” 하고 몇 번씩 연이어 부르며 제 몸을 내 몸에 부벼 댔다. 잡은 손 언제까지나 놓고 싶지 않은 내 아이, 그러나 언젠가는 놓아야 할 손. 얼마나 크면 내 눈물의 의미를 아이는 이해할까? 나도 아이를 따라 “엄마…” 하고 나직이 불러 본다.



송영애 님 /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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