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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격 기원 정화수 |  | |
| 합격 기원 정화수
중학교 입학식날, 어떤 이에게 첫눈에 반해 짝사랑에 빠졌습니다. 제가 고3, 그 사람은 대학교 2학년 때, 오랜 가슴앓이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고향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운명적으로 다시 만났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은 힘든 수험생활을 하는 제게 전화로, 편지로 위안을 주었지요. 11월 원서 쓰기 며칠 전, 선지원 후시험 학력고사 방식으로 입시를 치르던 때라 어떤 과가 좋을지 그와 의논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평소 꾸물대는 버릇이 있던 저는 그날도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늦고 말았습니다. 버스 안에서 화가 나 가 버렸으면 어떡하나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후닥닥 뛰어 도서관 이층 로비에 들어섰을 때, 그는 한구석 의자에 앉아 시린 손을 호호 불어 가며 학과별 성적이 나열돼 있는 신문을 들여다보느라 제가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고맙고 미안하던지요.
그 고마움도 잠시, 그 뒤 제가 지원한 과 경쟁률이 엄청 높다고 발표되자 ‘혹시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그에게 괜스레 짜증을 내고 말도 함부로 내뱉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나 드디어 시험 전날, 그가 품에서 작은 물통 하나를 꺼내며 제게 마셔 보라고 했습니다. 신경이 곤두서 있던 저는 목마르지 않다고 무뚝뚝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오늘 새벽 세 시에 집 근처 약수터에 가서 “우리 수경이, 꼭 합격하게 해 주십시오!” 빌고 담아 온 것이라며 다시 내밀었습니다. 순간 감동의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때 다짐했지요. 앞으로는 제가 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위안이 되어 주리라고요.
그 뒤 군대 간 그에게 부지런히 편지를 보내 힘이 되어 주려 노력했고, 이제는 그와 결혼해 서로를 보듬으며 잘살고 있습니다. 오빠, 그 마음 평생 잊지 않을게요. 사랑합니다!
이수경 님 / 대구시 수성구 범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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