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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세운 군수
기차를 세운 군수



한국전쟁 통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면서 나는 고아가 되고 말았다. 그때 내 나이 열다섯이었다. 다행히 부모님이 남겨 주신 농토가 있어 친지들의 보살핌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학교에 다니며 나와는 아주 다른 미래를 꿈꾸는 친구들이 부러워졌다. 그래서 가문의 장손이니 대를 이어 농사를 지어야 한다며 반대하는 삼촌을 끝내 설득해 공부를 시작했고, 어렵사리 대학까지 마쳤다.



대학 졸업 후 강원도청에 근무할 때 삼촌이 오셔서는 그때 내 고집대로 대학을 못 다니게 했더라면 지금의 네가 없었을 거라며 기특해하셨다. 얼마 뒤 민선자치단체장이 되었고 주민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며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걸어서 출근하곤 했는데, 나를 알아보고는 택시기사들이 자꾸 타라고 권하는 통에 때로는 뒷골목으로 다니기도 했다. 언젠가는 시내버스가 서더니 타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탔는데, 승객들이 손뼉치며 환영해 주었다.



어느 가을,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관내를 두루 살피는데 평소보다 많은 차들이 기차역 쪽으로 향하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가 보았더니 우리 주민들이 일일 열차관광을 가는 것이었다. 주민들과 함께 열차에 올라 자판기 커피를 나누며 이야기를 하는 사이 그만 기차가 출발하고 말았다. 군민들이 같이 관광을 가자고 졸랐으나 근무를 해야 했기에 다음 역에서 혼자 내렸다. 그날 밤, 한 시에 다시 기차역에서 돌아오는 군민들을 맞이하고 하루를 마쳤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역에 무궁화호 열차가 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단다. 내가 워낙 일에 충실한 사람이라 주민들이 기관사에게 간곡히 부탁한 것이었다. 그 뒤 ‘우리 군수는 기차도 세운 사람이다’라는 말이 자자했다.


김태수 님 /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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