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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의 이빨 |  | |
| 어머니의 이빨
얼마 전부터 왼쪽 어금니가 시큰거렸다. 치과를 찾았더니 사랑니 있던 옆 어금니 밑 부분이 썩어 부스러졌다고 했다. 신경치료를 하고, 이빨을 때우고 씌우는 데 재료를 선택하라고 하기에 부담스럽지만 한 번 잘해 놔야 다시 고생 안 하겠다 싶어 제일 좋은 것으로 하기로 했다. 돈도 아깝지만 몸부터 소중히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며칠 뒤 집에서 어머니가 지나가는 말투로 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어디 아~ 해 보세요.”
무심결에 어머니의 입안을 들여다본 순간, 가슴이 서늘했다. 왼쪽 아래에는 예전에 철로 때운 이빨이 세 개 있고 윗이빨은 서너 개나 빠지고 없었다. 윗니는 임시로 보정해 놓았고 오른쪽에는 남아 있는 치아가 하나도 없었다. 앞니만으로 식사를 하시다 너무 아프셔서 병원에 가셨는데 치료비를 듣고 놀라신 모양이다. 돈 아깝다고 아픈 이를 내버려 두는 어머니나, 아무것도 모르고 무심했던 못난 아들이나 참 딱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갔다. 어머니는 왼쪽으로 씹으면 되니까 오른쪽 이빨은 괜찮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그냥 놔두라는 어머니와 치료하라는 아들, 그리고 아들이 권하는 대로 치료하시라는 간호사의 실랑이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결국 내 뜻대로 윗니 두 대만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이를 새로 해 넣기로 했는데, ‘나중에 틀니 하면 된다’ 고 계속 우기시는 어머니가 안쓰러웠다.
내 이빨 하나 아픈 것 신경 쓰는 동안, 어머니는 씹을 수도 없을 만큼 아프셨을 걸 생각하니 회사에서 내내 가슴이 아팠다. 그 뒤로도 2, 3일 동안 어머니는 진료 예약을 취소하라고 성화셨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아프다는 소리도 괜히 했다며 후회하신다.
평생을 자식 위해 사셨으면서도 정작 당신 몸 소중하신 줄은 왜 그렇게 모르실까?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오래도록 어머니 건강 지켜 드릴게요.
한충경 님 / 서울 중랑구 면목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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