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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아빠
자랑스런 아빠



올해 쉰일곱이신 아버지는 젊었을 때부터 당신의 꿈과는 상관없이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농사일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나 농사일만으로는 3남매를 키울 수가 없어 낮에는 근처 공단에 다니시고 밤과 주말이면 못다 한 농사에 매달리셔서 아빠의 삶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아빠가 요즘 배움의 재미에 푹 빠져서 여느 때보다 생기 있는 얼굴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십니다. 한 달 전에는 운전면허를 따셨고, 얼마 전에는 컴퓨터를 배운다며 회사일과 농사까지 다 끝내신 늦은밤까지 컴퓨터 앞을 지키고 계신답니다. 오랜만에 집에 내려가서 그런 아빠를 보면서 존경스럽기도 했지만 마음도 아팠습니다. 시골이라 딱히 컴퓨터를 배울 곳도 없고 우리 3남매가 모두 타지에 가 있어서 옆에서 가르쳐 드릴 수도 없으니 사소한 오류가 나거나 모르는 게 있어도 혼자 끙끙 앓고 계시더라고요. “내가 십 년만 젊었어도…”라고 하시는 아버지 말씀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참 아팠습니다.


어젯밤 새벽 한시 반쯤 잠이 오지 않아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에 접속했더니 글쎄 아빠가 계시지 뭐예요. 피곤하셔서 컴퓨터를 켜 둔 채 주무시나 하면서도 혹시나 하고 “아빠~” 하고 불러봤더니 대답을 하시더라고요. 아직 자판이 익숙지 않으셔서 대화하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아빠는 세상 많이 좋아졌다며 컴퓨터 공부 때문에 잠도 안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작은오빠가 설치해 드린 캠을 통해 커다란 안경을 끼고 앉아 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제 모니터에 나타났을 때, 어찌나 가슴이 짠했는지 모릅니다.


늦게나마 새 삶을 찾아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가끔은 게으른 제 모습을 반성하기도 하고요.
아빠, 공부도 좋지만 출근도 하셔야 하는데 너무 늦게까지 컴퓨터 하지 마세요!



주은영 님 / 울산시 남구 반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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