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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원짜리 붕어빵
백 원짜리 붕어빵



언덕을 넘어 한참 걸어 내려가면 아파트단지 앞에 놀이터가 있습니다. 그 앞에서 얼마 전부터 한 아저씨가 붕어빵을 팔고 계십니다.


어스름이 짙어가는 며칠 전 초저녁, 허기진 배를 달랠 겸 붕어빵을 사 먹으러 갔지요. 빵 굽는 기계에 ‘붕어빵 10개 천 원’이라는 문구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물가가 비싼 세상에 붕어빵 열 개에 천 원 하면 남는 게 있을까 싶더군요. 먹어 보니 백 원짜리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더군요. 팥도 알차게 들어 있고 따끈따끈한 게 참 맛있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뛰놀던 아이들은 호주머니에서 백 원짜리 동전을 꺼내 달려옵니다.


“아저씨, 붕어빵 하나 주세요!”


그러면 아저씨는 “와서 집어가라” 하고 대답하십니다. 붕어빵 하나를 집어주는 동안 두 개는 구워낼 수 있으니까요. 아저씨는 그렇게 바쁘게 붕어빵을 굽고 계셨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다가오셨습니다.


“오백 원어치 주세요.”
천 원어치를 사 가려고 기다리고 있던 저는 “아주머니 먼저 가져가세요” 하고 한 걸음 물러났습니다.


“아이, 미안해서 어쩌나. 먼저 가져가도 돼요?”


아주머니는 겸연쩍은 듯 웃으며 붕어빵 다섯 개를 집어 종이봉투에 넣어 가십니다. 그리고 붕어빵이 구워져 나오기 무섭게 아이들이 백 원을 내고 붕어빵을 가져갔습니다.


“아가씨, 먼저 넣어요. 안 그러면 순서도 안 오니까.”


나는 종이봉투에 하나 둘 붕어빵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여덟 개째를 담으려는데 또 한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물었습니다. “붕어빵 얼마예요?”


“백 원이에요.”


나는 봉투에 넣으려던 붕어빵을 소녀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아저씨, 이렇게 싸게 팔면 남는 것도 없으시겠어요.”


제 말에 아저씨는 “애들 먹기 좋으라고 하는 거죠, 뭐” 하고 씩 웃으셨습니다.


내일도 어김없이 그곳에 들러 백 원짜리 붕어빵을 먹으며 아저씨의 따뜻한 인심을 느껴볼까 합니다. 쌀쌀한 날씨에는 붕어빵이 최고 별미 아니겠어요?



박청심 님 /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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