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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랑
풋사랑



중학교 시절 가슴 설레며 좋아하던 남학생이 있었어요. 막상 그 애 앞에서는 아무런 내색도 할 수 없었어요. 그냥 바라만 보는 걸로도 좋았거든요. 몇몇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숨겨놓은 제 마음을 살짝 이야기해주었는데, 설마 그게 실수가 될 줄은 몰랐답니다.


어느 날 수업시간, 그 애가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 종이쪽지를 큰소리로 읽었습니다.


“니 윤정이랑 그만 놀고 본옥이랑 놀아라.”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저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지요. 알고 보니 의리 있는 친구 영옥이가 상정이의 공책에 넣어 둔 협박, 아니 충고 쪽지였던 것입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반 아이들이 저에게 몰려들었지요.


“몰랐다, 본옥아. 니 상정이 좋아했냐?”


그 뒤부터 친구들은 상정이의 사진을 구해 주고 자리를 바꿔주어 절 부끄럽게 했지만 내심 행복했답니다.



어느 날 상정이가 다른 친구한테 숙제를 부탁했는데 짓궂은 친구들이 “본옥이가 잘 도와줄 끼다”라고 등을 떠밀었지 뭐예요. 그 애는 어쩔 수 없이 제 어깨도 두들겨 주고 듣기 좋은 소리도 해 가면서 숙제를 부탁했지요. 저는 기꺼이 숙제를 도맡아 해 주었고요.


하지만 그 애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지요. 제가 좋아하는 마음이며 제가 선물한 것들을 여자친구에게 다 말하고 보여줄 만큼 둘이 사이가 좋았어요. 그래도 열여섯 순수한 마음으로 그 애를 좋아했던 제 중학교 시절이 저는 아름답게 느껴져요.


저는 졸업식 날 그 아이에게 장미 한 송이와 초콜릿을 한아름 선물했지요. 친구들이 “상정이는 좋겠네!” 하자 그날만큼은 그 애도 많이 부끄러워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멀리 있는 고등학교로 떠나왔고 그렇게 해서 풋풋했던 첫사랑은 막을 내렸답니다. 언젠가 어른이 되어 다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이 추억만큼은 소중하게 간직할래요.



구본옥 님 / 경남 거제시 어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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