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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 원짜리 김밥 |  | |
| 만 원짜리 김밥
13년 전, 어느 날, 가까이 사는 고향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재가 점심 사 준다는데, 같이 가 볼래?”
정재는 고향에서 학교를 같이 다닌 남자친구인데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공짜밥이라니,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 친구랑 함께 약속장소에 나갔다.
참고로 그때 나를 불러낸 친구는 아기가 갓 6개월을 지날 때였고 나는 임신 5개월의 임산부였다. 정재가 우리를 데리고 간 음식점은 말로만 들었던 뷔페였다.
일단 들어가서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려니 정재가 우리더러 먹고 싶은 것을 갖다 먹으라고 했다. 정말 신기한 식당이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친구랑 둘이서 접시 하나씩을 들고 쭉 훑어보았다. 없는 게 없었다. 이제껏 보지도 듣지도 먹어 보지도 못한 진수성찬이 긴 탁자 위에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친구와 나는 고기나 회는 비쌀 거라는 생각에 제일 저렴한 김밥만 조금 가지고 와서 먹었다. 영문을 모르는 정재는 겨우 김밥이 뭐냐며 “먹고 싶은 것 실컷 묵어라” 하고 재촉했지만 친구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조금만 먹고 일어섰다. 그런데, 세상에, 김밥 한 접시에 돈이 만원이다. 정재가 돈 삼만 원을 계산하는 것이었다.
음식점을 나와 “정말 잘 묵었대이” 하고 인사를 하는데 다시 배가 꼬르륵 하는 게 아닌가.
친구는 아가에게 젖을 물리니 금방 배가 고픈 것이고 나는 임신 중이니 또 입맛이 돌고…. 하는 수 없이 우리 둘은 가까운 분식점에 들러 천오백 원짜리 국수를 한 그릇씩 더 먹고 왔다. 그렇게 배가 부르고 든든할 수가 없었다.
정재는 그런 우리를 보고 돌아가면서 얼마나 웃었을까? 이 사건은 두고두고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 웃음꺼리가 되었다. 가끔 정재를 만나면 “또 뷔페에 안 델꼬 가나? 인자는 마이 묵을낀데” 하며 농담을 건넨다.
강소현 님 / 경남 진주시 상대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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