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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아버지 쌈짓돈 |  | |
| 할아버지 쌈짓돈
맴맴 매미소리가 들려오고 마당 한 켠에는 봉숭아꽃이 여울어 가던 어린 날. 아마도 초등학교 2,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날도 나는 친구들이 점빵(구멍가게)에서 눈깔사탕과 캐러멜 사 먹는 모습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 마음에 왜 그리도 군침이 돌던지,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나 한 입 달라는 말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애써 외면했다.
집에 오니 엄마는 밭에 나가고 안 계셨고, 오빠는 학교에서 아직 안 온 것 같고 할아버지만 곤히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다. 다시 마당으로 나오려는 순간 할아버지 허리춤에 삐죽이 나온 빨간 쌈지 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할아버지 주머니를 열어 오백 원짜리 지폐를 한 장 꺼내 냅다 달음박질쳤다. 저녁 내내 저녁상에서 할아버지 눈치만 보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드디어 나도 맛있는 캐러멜과 눈깔사탕을 실컷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식구들 몰래 자다 일어나 먹거나 화장실 가서 먹고, 학교에 가서는 친구들이랑 나눠먹고 아무튼 원 없이 먹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행복감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아무도 모르는 완전범죄인 줄 알았던 나의 행각을 나와는 가장 사이가 나빴던 작은오빠가 목격하고 만 것이다.
오빠는 며칠 동안 고민 고민을 하다가 어른들에게 말씀 드린 모양이었다. 할아버지의 노여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날마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려 대문간에서 대나무 자루로 내 엉덩이를 때리셨고 엄마까지 닦달하셨다.
사탕과 캐러멜의 달콤한 맛이 지나고, 한동안은 정말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할아버지에게 맞고, 엄마한테 혼나고, 오빠한테 미움 받고…. 그때의 경험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뒤로는 남의 것을 탐내 본 적이 없다. 눈앞에 백만 원짜리 돈다발을 갖다 놔도 손도 대지 않을 것이다.
최정하 님 / 인천시 부평구 일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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