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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 식당
영희 식당



구수한 된장찌개, 얼큰한 김치찌개 가족들 배가 출출할 때면 뚝딱 도깨비방망이로 요술을 부리듯이 기가 막힌 요리를 만들어 내시는 우리 어머니께서 식당을 하시겠단다. 고모가 힘들어서 내놓으신 가게를 어머니께서 인수하게 된 것이다.
물김치도 새로 담그고, 게장에 깻잎까지 이것저것 밑반찬을 만드시는 어머니는 마치 소풍가기 전날 아이처럼 한껏 들뜨셨다.


“맛 좀 봐 주렴. 맛있어? 괜찮니?”


아까부터 묻고 물으신다.


“네, 엄마. 진짜 진짜 맛있어요.”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엄마, 근데 가게 전세금은 어떻게 구하셨어요?”


“응, 읍사무소에 있지 왜, 그거?”



“뭐? 생활보호대상자?”


“응. 엄마가 읍사무소에 가서 막 띠(떼)를 썼지. 나는 초등학교도 옳기(바로) 못 나와서 서러운데 대학 가는 아 돈 없어서 공부 못 시킨다는 말은 하기 싫으니까 어떻게 좀 해 달라고. 천만 원 빌려주고 5년 뒤부터 갚는 게 있는데, 벌써 신청이 끝났다잖아. 그래도 엄마가 한사코 띠를 쓰니까 어데로 전화를 해 보디마는 하나가 남았다 카면서 10월에 해 준다 그랬다.”


“와, 정말 잘됐네요.”


자랑스러운 듯 이야기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도 따라 웃었지만 가슴속이 뜨거워지는 듯했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이 말을 자주 하신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카잖냐.”


당신 자신을 두고서 하시는 말 같기도 하다. 한평생 그 말씀대로 자식을 위해 희생의 길을 걸어오신 어머니. 어머니께 어린 딸이 아직은 호강을 시켜 드릴 순 없지만 새로 여는 식당 이름에는 어머니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다. ‘영희 식당’ 예쁜 우리엄마 식당.



권현숙 님 / 경북 상주시 함창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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