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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귀여워서 |  | |
| 네가 귀여워서
바쁜 하루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TV를 보다가 잠들었는데, 다음날 새벽 비몽사몽간에 호출 소리를 들었다.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어 일부러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거울에 비친 내 창백한 안색과 충혈된 눈을 보니 다시 한번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기숙사를 나오자마자 저장된 음성메시지를 들었다. 울먹이는 동생의 목소리….
“오빠, 오늘 새벽에 아빠가 돌아가셨어.”
병원으로 달려가니 벌써 큰누나와 작은누나, 매형들이 와 있었다. 힘없이 앉아 계신 엄마를 본 순간, 꼭 참으리라 다짐했던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와 우리 4남매는 부둥켜안고 한참을 통곡했다.
아버지의 장사를 치르기도 쉽지 않았다. 아버지는 늘 “내가 죽으면 꼭 화장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는데 막상 일을 당하고 보니 작은아버지와 고모들은 묘를 고집하셨다. 아버지의 유언대로 화장을 시켜 드리겠다고 반발하자 어른들은 다시는 널 보지 않겠다며 더욱 화를 내셨다. 그때 엄마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석준아, 나중에 손주들이 할아버지 묘를 찾으면 어떻게 하겠니?”
그제야 나는 마음을 돌려 아버지의 유언을 가슴에 묻고 묘를 만들기로 했다.
10개월 전이다. 아버지가 거동하기도 힘드신 몸을 일으켜 잠든 내게로 오시더니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내가 눈을 뜨고 “아버지, 왜 그러세요?” 하자 밝은 미소를 지으시며 답하셨다.
“네가 귀여워서.”
내가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한번도 다정한 말을 건네지 않으시던 아버지의 한마디에 나는 다시 잠든 척하며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사랑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번 제사만큼은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부침개와 술만큼은 꼭 내 손으로 준비해야겠다.
좋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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