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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의 김밥 |  | |
| 어머니의 김밥
저는 부모님이 마흔에 얻은 막내딸입니다. 두 분은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언니오빠에게 잘해 주지 못한 걸 늘 가슴 아파 하세요. 그래서인지 늘 막내인 제게는 특별히 대해 주셨어요. 학교 운동회며 소풍 때도 참석하셔서 수줍음 많은 절 지켜주셨습니다. 친구들의 부모님과 비교하면 연세가 할머니, 할아버지뻘 되었지만 제겐 부족함이 없었지요. 그런 제게 딱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면 소풍 때마다 헐렁한 김밥 도시락이었습니다.
김밥이라곤 한 번도 싸 보지 않으신 엄마는 동네 아주머니에게 김밥을 부탁하셨는데 아주머니는 재료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한 줄 반만을 넣어 주시곤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그것도 흐뭇해 몇 번이나 도시락 뚜껑을 열어 보시고는 보자기로 곱게 묶어 주셨지요.
어느 소풍 전날 밤, 엄마 옆에 누워 혼자 투덜거렸습니다.
“칫, 그 돈으로 김밥 재료를 사면 우리 식구 전부 맛있게 먹고 남는 걸로 도시락 쌀 텐데….”
결국 어머니는 장을 봐 오신 뒤 도마와 재료를 펼쳐 놓고 김밥을 싸기 시작하셨습니다.
“잘 말아지지가 않네” 하며 엄마가 난처해하자 “이리 줘봐! 이런 건 힘 좋은 남자가 말아야 하는 거여” 하시며 아빠가 김밥을 싸 주셨습니다. 전 턱을 괴고 엎드린 채 썰어진 김밥을 쏙쏙 입에 넣으며 행복에 겨워했지요. 기쁜 마음에 점심시간을 기다리면서 가방 안에 도시락이 무사히 있나 몇 번을 확인했는지 모릅니다.
“우리 엄마 김밥이 얼마나 맛난 줄 알아?”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이럴 수가! 김밥이 아니라 초록색 파래가 뚜껑을 박차고 나오는 게 아닙니까?
엄마는 막내딸 김밥을 맛있게 싸 줄 욕심에 아빠가 좋아하시는 초록 파래김으로 김밥을 싸셨던 겁니다. 그날의 초록김밥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야깃거리가 되었답니다.
소풍 가는 것보다 부모님과 함께 김밥을 먹는 기쁨에 밤잠을 설쳤던 날들. 이번 주에는 어머니께 제가 만든 김밥을 맛보게 해 드리렵니다.
김혜순 님 / 광주시 광산구 송정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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