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영혼의 기다림..
내가 한 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공사장 추락사고로 뇌를 다친 스물 여섯 젊은이가 응급실로 실려 왔습니다. 얼굴과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완전히 잃은 후였습니다. 서둘러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살 가망은 없어 보였습니다. 이미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가 된 채로 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그의 심전도를 체크하면서 내 가슴은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심전도 곡선이 죽음을 의미하는 웨이브 파동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경험으로 보아 이런 경우 10분 이상 살아 있는 환자를 나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중환자실을 나와 가족들에게 임종을 지키라고 일렀습니다. ˝아이구, 어휴 흑흑흑.....˝ 다음 날 아침 나는 갑자기 그 젊은이가 궁금해져 중환자실로 가 보았습니다. ˝아니? 이런...˝ 이미 빈 침대이거나 다른 환자가 누워 있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그가 아직 누워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없이 나약하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는 심전도 곡선. 그의 영혼이 아직 그의 몸을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과학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이 세상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그렇게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 아침, 한 젊은 여인이 중환자실로 뛰어들어왔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창백한 얼굴의 여인은 이미 상황을 감지한 듯 눈물을 흘리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그의 파리해진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나야 종기씨. 늦어서 미안해.˝ 바로 그 순간 그의 심전도 파동이 춤추기를 멈추고 한 줄기 직선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녀는 결혼한 지 석 달째 접어드는 그의 아내로 뱃속에 아이를 임신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영혼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힘겨운 사투를 계속하며 마지막 작별을 위해 아내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