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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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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츠 그리고... 오늘도 소시민(?--;)인 저는 지하철을 애용합니다. 비가 와서 좀 나아지나 했던 황사는 습기까지 머금고 코앞에서 으스대고 있고, 쌀쌀한 날씨에 넣어두었던 옷이 그리워 지는 날이었습니다. 버스로는 지리에 어두운 면도 있지요..(언제나 좋아지려는지 ..) 개찰구를 나오면 홍익매점에서 운영하는 모닝도너츠 가게가 있습니다. 직원을 구하지 못하던 것을 알다가 가게 문을 열었기로 궁금하여 지켜보았습니다.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일하시고 계시더군요. 일하시는 모습이 참 정갈하여 눈길이 갔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에 11시가 다되어서 다른 가게들은 문을 닫았습니다만 그 날은 물량을 다 팔지 못했는지 유독 도너츠 가게만 문을 열었더군요. 어둑어둑한 입구에 환한 불빛 아래에는 오전에 보지 못하던 귀여운 소년이 앉아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가게에 있는 하나뿐인 의자를 소년에게 내어준 채 종이상자를 접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인상은 무척이나 밝고 깨끗하여 호감이 갔습니다. 투정도 없이 아주머니가 건네는 접은 종이상자를 차곡차곡 받아 쌓아두곤 했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지켜보던 나는 뒤에 서서 진열대의 도너츠를 바라보는 아주머니 시선을 접하고는 마침 저녁도 굶은 터라 도너츠를 좀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도너츠는 당일 제조해 파는 것으로 어느 이상은 팔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두어 개 사두러 간 길이 한 상자를 사게 되었습니다. 비록 주머니는 비었지만 기분이 가벼웠습니다. 싫은 내색 없이 의자에 두 발을 가지런히 하고 앉아 있는 소년의 밝은 모습이 좋았고 계산을 하고 포장을 건네주던 두 손이 반가운 인사가 왠지 기분을 좋게 하였습니다(물론 다음날 아침까지 도너츠만 먹었습니다...) 더 빨리 가게를 마치고 소년이 어머니와 같이 밤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원래 토종 식성이라 그런지 도너츠를 먹지 않던 제가 3월 중에 자꾸만 도너츠를 먹는 일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또 이 때부터 재활용품 종이 품목에 도너츠 상자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제 귀가 전에 모두 팔고 문을 닫은 경우도 있었지만 월요일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문을 열었고 저는 어김없이 도너츠를 며칠 먹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먹기 시작한 게 6번 정도 되는군요. 쌀쌀한 날씨 탓에 도너츠 가게를 들려보았습니다. 아주머니도 소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저씨에게 물으니 임시 직원이었다고 하더군요... 파트타임으로 밖에 일하지 못하여 나갔다고 했습니다. 도너츠를 좀 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글쎄 이번 도너츠는 영 맛이 없어 보이는군요. 어느 곳에서든지 소년과 어머니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따뜻한 커피나 한 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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