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나의 첫 자전거 |  | |
|
어제 나의 보물 1호인 자전거를 팔았다.
자전거는 남편이 끌고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터덜터덜 남편 옆을 따라가며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소 팔러 가듯 새 자전거 주인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남편 혼자 다녀와도 되는 길이었지만
섭섭한 마음이 들어 우울한 마음으로 나도 함께 따라 나섰더랬다.
나는 자전거 탈 줄을 모른다. 운동신경이 둔한 편인지,
어렸을 적 몇 번의 시도 끝에 바지 두 벌을 찢어 버린 뒤로는
자전거 배우기를 포기했었다.
욕심 많은 성격으로 동생의 물건에는 무조건 욕심을 부리던
내가(그것이 로봇 장난감이건, 롤러스케이트이건 간에),
웬일인지 자전거에는 무관심 했었다.
그러던 내가 벨기에에 와서 ‘내 자전거’를 갖게 되었다.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는 겨울에 도착하여 신혼살림을 시작한 탓에,
몇 달 동안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를 그리며 우울한 날들을 보냈다.
그러나 봄이 되자 몇 달 동안 꿀꿀했던
날씨를 보상이라도 하듯 연일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주변의 공원은 푸르고 싱그럽게 변해
게으른 나에게 어서 오라는 유혹의 손길을 보내 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호숫가 공원에 가면 원반 던지기를 하는 젊은이들이나,
꼬마와 함께 정겹게 자전거를 타는 아빠의 모습,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며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젊은 미씨 족들의 묘기(?)도 쉽게 볼 수 있다.
햇살은 따뜻하지, 겨우내 집에서 웅크리고 있느라 몸은 근질거리지,
공원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지….
나도 저들과 함께 여가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경쟁심이 들었다.
그리고 자연을 즐길 만한 여가가 뭐가 있을까
여러 궁리 끝에 가장 만만해 보이면서도 실용적인 ‘자전거’를 타기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신라앙~, 나 자전거 한 대만 사주라앙. 응?”
“너 자전거 못 타잖아.
게다가 싫증 잘 내는 네 성격에 자전거 사서 1주일이나 타면 많이 탄 거지.
괜히 짐만 늘리지 말고 다른 걸 궁리해 봐.”
“아니야, 자전거 사주면 살두 빼구,
시장가서 무거운 거 살 때도 신랑이랑 안가고 나 혼자가서 자전거에 싣고 오면 되잖아.
그러지 말고 하나 사주라. 아 참. 요번 내 생일 선물로 자전거 사 줘. 그럼 되겠다.”
1주일간 남편을 졸라 ‘생일선물’이란 명목으로 ‘생애 첫 자전거’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심히 연습하여 학교에 다닐 때도,
시장에 다닐 때도, 산책을 나설 때도 타고 다닌다는 약속과 함께.
뤼셀 시내에는 자전거 도로가 거의 없다.
그러나 출퇴근이나 통학 때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자전거로 여가를 즐기는 인구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리고 자전거 족들은 자전거 안전장비(헬밋, 야간 보호등 등)를 꼭 착용하고 다닌다.
초보자일 수록 장비는 화려하지 않는가.
나도 자전거를 사면서 헬밋, 무릎 보호대, 안전등, 우비, 바람을 넣는 펌프 등
여러 가지를 함께 골랐었지만, ‘자전거 잘 타면
그 때 사라’는 신랑의 권유를 받아들여 펌프만 함께 샀다.
그러나 운동신경이 둔한 탓인지, 선생님(남편)이 부실한 탓인지.
남편의 따가운 눈초리를
애써 무시하며 자전거 연습 열흘 만에
이번에도 자전거 배우기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말았다.
여기저기 까지고 깨진 상처만 남기고.
처음에는 남편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워낙 눈치를 줘서 자전거만 보면 괜히 오금이 저렸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집 자전거는 현관에 자리만 차지하고,
먼지만 쌓이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기를 1 년여.
자전거를 타고 화려한 봄날을 즐기려고 시도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어느 날, 평소 친분이 있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전거를 팔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나의 첫 자전거인데. 자전거 연습만 하면 편히 시장도 다닐 수 있는데.
결혼해서 처음 맞은 생일에 신랑이 선물한건 데.’
많은 생각이 교차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얻은 결론은 “(자전거를) 팔자” 하는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볼 때마다 실패의 아픈 쓰라림이
나는 저 물건을 눈 앞에서 빨리 없애 버리자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다.
자전거를 넘기고 소판 돈 받아 들고
돌아오는 시골영감처럼 꼬깃꼬깃 지갑에 돈을 챙겨 넣는 나를 보고 남편이 물었다.
“자전거 판돈으로 뭐 할거야?”
“응…. (씨익 웃으며) 인라인 스케이트 살 거야.
이 돈이면 두 개 살수 있겠지. 신랑~ 나랑 인라인 스케이트 타러 가자. 내가 가르쳐 줄게!”
(줌마 클럽/ 김 은영) 조선일보에서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