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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커피가 생각나면 / 오광수 ⊙


⊙ 진한 커피가 생각나면 / 오광수 ⊙



한잔의 진한 커피가 생각나는 날

이왕이면 펄펄 눈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이라도 본다면

잊었던 기억 속의 좋은 모습이라도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이제는 빛바랜 앨범을 꺼내

한 장 한 장 넘겨보아도

사진 속에 있는 얼굴 들은 먼 타국사람 같고

무엇이 저리 좋아 웃고 찍었을까?

생각마저도 희미하다.


한잔의 진한 커피가 생각나는 날

이왕이면 멋진 카페에서 마시면 좋겠다.

그 시절에 들었던 노래라도 들으면

내 앞에 앉았었던 어느 사랑이라도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로

이쪽 저쪽 둘러보아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단 한 사람도 없고

무엇이 저리 좋아 웃고 얘기할까?

이방인같이 씁쓸하다.


그러나 진한 커피가 생각이 나면

내 아내와 서재 책상에서 마셔도 좋겠다.

창밖에는 눈오고 앨범까지 보면서

그 시절 연애할 때 듣던 음악틀으면

아내는 정말 좋아하겠지.

이제는 얼굴도 닮아가는데

이 손 저 손 만져가며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면 딱 괜찮을 것 같다.

무엇이 저리 좋아 웃고 들어올까?

내 마음까지 알았을까?

하늘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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