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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운 좋은 사람
가장 운 좋은 사람

나는 정말 힘들 때를 위해 ´힘들다´는 말을 아낀다. 그런데 그 말이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올 뻔한 일이 있었다.
작년 겨울 무렵, 동생이 일하다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다. 진단결과 뇌종양이었다. 수술이 잘되어 지금은 건강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지난 4월에는 한밤중에 다섯 살 된 딸아이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버렸다. 별별 검사를 다했지만 원인조차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며칠 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뜬눈으로 지새운 그날 밤은 마치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지난 5월,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으셨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대체 왜 이러지. 정말 힘들다…´ 할 뻔했다.
그러나 참았다. ´앞으로의 내 생에 이보다 더 힘든 일이 있으리라. 그러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나를 타일렀다.

아버지는 수술 뒤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자네는 요사이 어쩌면 그렇게 일이 안 풀리는가!´ 하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나는 늘 달리 생각한다.
´ 동생이 운전중에 발작이 일어났다면? 딸아이가 혼수상태에 빠진 걸 내가 더 늦게 발견했더라면? 아버지 병환이 더 깊어 수술조차 할 수 없었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운 좋은 사람인 것이다.

나는 아직 힘들지 않다. 아버지께 병세에 대해 약간의 거짓말을 했고 앞으로도 거짓말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를 탓하지 않는 가족들이 있고, 내게 힘을 주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나는 힘들지 않다. 내가 저세상에 가는 날까지 그 말만은 쓰지 않을 것이다.

정승환 님 / 광주시 광산구 월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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