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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상도 부자의 사랑 |  | |
| 아버지는 ‘오리지널’ 경상도 사나이다. “밥 먹자. 애들은? 자자!” 이 세 마디면 집에서의 대화는 끝. 그러나 흔한 이야기지만 경상도 사나이들은 말보다는 가슴으로 이야기한다.
1996년 3월, 군 입대를 앞두고 아침 일찍 군 수송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부모님께서도 옷을 주섬주섬 입고 계셨다. 혼자 조용히 떠나려고 했는데 전날까지 아무 말씀 없으시던 부모님께서 갑자기 같이 가신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구역까지만 가시겠다던 분들이 기왕 역까지 온 김에 춘천에 닭갈비나 먹으러 가신다며 따라나섰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아버지는 창밖 풍경만 내다보시고 어머니께서는 조심하라고 몇 차례 당부하셨다.
드디어 입소 시간, 가족들과 헤어질 시간이었다. “건강하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사랑합니다!”라는 까까머리의 장정들의 외침에 부모님들은 눈물을 흘리시며 발걸음을 돌리셨다.
3개월 뒤 첫 백일 휴가를 나갔다. 집에 가니 어머니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반겨 주시는데, 경상도 아버지는 휙 한번 쳐다보시더니 “왔냐?” 그뿐이었다. 늠름하게 신고식을 하고 냉장고 문을 여니 웬 바나나 우유가 그렇게도 꽉 들어차 있던지! 휴가 나온다고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를 어머니께서 사다 놓으신 줄 알았는데, 복귀하는 날 어머니께서 귀띔해 주셨다. “너 휴가 나오는 날, 아버지가 바나나 우유를 잔뜩 사 와서 냉장고에 넣어 두셨단다.”
순간 찡하게 가슴이 울렸다. 말없는 아버지가 사실은 쑥스러워 표현은 안 하시지만 늘 나를 대견해하고 자랑스러워하셨다고 한다.
벌써 제대한 지도 6년, 아직도 ‘아들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이런 몇 마디 말을 뛰어넘는 가슴 절절한 사랑을 변함없이 쏟아주고 계셨다. 내가 깨닫기 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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